”국내외 경제 모두 부진하다”…한은, 기준금리 사상 최저로

”국내외 경제 모두 부진하다”…한은, 기준금리 사상 최저로

입력 2014-10-15 00:00
수정 2014-10-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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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내린 것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최경환 경제팀과 정책 공조를 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게 한은의 판단이다.

연 2.0%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유지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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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이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 seoul.co.kr
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이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호정 기자 hojeong@ seoul.co.kr
◇ 8월 인하 효과 미약했나

한은은 지난 8월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미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추가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한은은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하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14개월째 연 2.75%에 머물렀던 기준금리를 2.50%로 내렸다.

그러나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아직 세월호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한은은 10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분적인 회복에 그쳤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세계경제에 대한 판단도 한층 어두워졌다. 한은은 지난달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다’고 평가했으나 이달에는 ‘경기가 부진하다’고 판단을 바꿨다. 세계경제가 유럽의 경기부진 장기화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이 석 달 만에 감소세(전월 대비 -0.6%)로 돌아서는 등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되자 정부도 5조원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2개월간 1%대를 유지하고 있어 저물가 우려 또한 깊어졌다. 9월 물가상승률은 1.1%로 물가안정목표치인 2.5∼3.5%에 한참 못 미친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에 대해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달에는 “상승 압력이 종전 예상에 비해 다소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는 게 아닌데도 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지부진한 내수 경기에 활력을 제공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된 이후 두 달 새 가계대출이 11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앞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며, 가계부채가 단기간 내 부실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인구구조가 변하고 있는데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해 ‘거품’이 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 추가 인하 가능성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한 차례 더 인하돼 1%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기준금리(2.25%)보다도 낮아져 사상 최저치인 2.219%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 떨어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1%대 기준금리’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년 연속으로 물가목표치 하단인 2.5%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 인하 압력에 저항할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저물가를 농산물가격 하락, 유가 안정 등 공급 측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수요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 부족에 따른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2.0% 아래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물가를 우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익을 내려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디플레이션을 근거로 들어 추가 인하 쪽으로 논의를 끌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온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와 엔저 방어를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환율 방어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도 “국내 경제가 연간 3% 중반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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