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주춤’ 점진적 금리인상엔 한목소리
지난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여부와 이로 인한 달러화의 향방을 놓고 공방이 거세다. 연준이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올릴 거란 전망이 대세지만 달러화 가치의 방향성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2013년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오던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선진국이 대규모로 풀던 통화가 신흥국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며 신흥국 통화 강세를 뒷받침했지만,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며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현실화된 탓이다. 유로존과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했지만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 급등을 초래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테이퍼링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인상 속도를 두고는 서로 다른 전망이 나온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 침체 위험이 있지만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여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에 반해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중에도 달러화 비중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 지속과 자본 유출로 달러화는 계속 비싸질 거란 분석이다.
달러화 강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이후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가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는데 미국의 채권·주식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지며 투자가 정체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게 되면 유로화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화의 가치 변동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에 직접 연동될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을 바꿔 놓는 결정적 변수다. 우리나라에도 수출 등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6-03-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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