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투 예고 속 새 뇌관 되나
‘반도체 불황’ 삼성전자 1%대 제시노조 “경영 잘못 전가” 10% 요구
SK하이닉스도 임단협 난항 전망
LG유플러스는 성과급 산정 대립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주요 기업들은 올해의 경영 불확실성까지 감안해 2023년도 임금 인상률을 전년보다 대폭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특히 최근 노조에 1%대의 기본 인상률을 제시한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본 인상률은 전 직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지난해 기본 인상률 5%와 비교하면 4% 포인트 축소에 해당한다. 사측은 지난해 반도체(DS) 영업이익 급감 등 실적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 3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9% 감소했고,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폭락했다.
반면 노조는 “경영진의 잘못을 직원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면서 “노조의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은 10.0%”라고 반발했다. 공공요금과 생활물가가 폭등한 만큼 사측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불황에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적자 전환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의 50%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만큼 임단협에서도 난항이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사무직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을 앞두고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무직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진급인상분 및 차량유지비 신설 등 처우 개선안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직원 성과급이 대폭 삭감된 LG유플러스는 성과급 산정 비율을 놓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 81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남겼지만, 사측은 경영 목표 미달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이유로 성과급을 전년의 절반 수준인 기본급의 250%로 결정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부터 임금과 근로시간 조건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려온 카카오모빌리티 노사의 단체교섭은 이달 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함께 조합원이 참여하는 단체행동을 이어 갈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임단협이 본격화하면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률에 대한 노사의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침체된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물가는 가파르게 뛰고 있어 경영자들의 고심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기업 분위기를 전했다.
2023-03-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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