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롯데, 이렇게 쇄신하라/이종락 산업부장

[데스크시각] 롯데, 이렇게 쇄신하라/이종락 산업부장

이종락 기자
입력 2015-08-07 00:08
수정 2015-08-0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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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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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가 반도체 회로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엮여 있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고, 연말 면세점 특허 재심사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기업,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는 ‘샌드위치 신세’다. 돌파구는 없을까.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관계자들에게 다섯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를 자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공정위가 오는 20일까지 전체 해외 계열사 주주 및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주식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성실하게 답변을 준비하는 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열쇠다.

둘째, 대부분 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하는 등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롯데그룹은 80여개 계열사 중 상장회사가 8개에 불과하다. 누구나 금감원 공시만 보더라도 기업 경영실태를 알 수 있게 가능한 모든 계열사를 공개해야 한다. 매출 83조원, 자산 93조 4000억원, 종업원 23만명을 둔 한국 재계 5위의 대기업이 주주의 권익을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쇄신해야 한다. 지배구조를 최대한 공개하고 기업의 주주권익을 어떻게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을 하는 등 스피드를 내야 한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2013년 9만 5033개에서 지난해 417개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고작 1개만 줄였다. 롯데는 일시에 순환출자 고리를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 문제라고 해명한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여러 가지 세금 감면 혜택을 보는 등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 반박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롯데는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믿음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셋째,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시비의 원인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 롯데의 기업 구조가 일본의 과거 재벌 모양과 똑같다. 그룹의 전체를 핵심적으로 지배하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를 비상장 회사가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를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 일본 계열사들은 일본 본사가 지배하고, 한국 계열사들은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가 독립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하는 체제로 혁신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으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이번에 바꿔야 한다.

넷째, 지배구조의 혁신이 이뤄진 이후에는 사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를 등용하는 등 자체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더이상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경영’으로 운영된다는 조롱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권을 주면서 책임 경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난 4일 롯데그룹 사장단이 총동원돼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롯데 측은 사장단의 자발적인 결의라고 밝혔지만 신 회장에 대한 또 다른 충성맹세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다툼에서 이겨 경영권을 움켜 쥐더라도 더이상 계열사 사장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는 안 될 일이다.

jrlee@seoul.co.kr
2015-08-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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