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피동형/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피동형/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2-20 20:26
수정 2019-02-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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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동’은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피동형 문장에 대해 여기저기서 말한다. 좋은 문장 형태가 아니니 주체가 스스로 움직이는 능동형으로 바꾸라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글쓰기 지침으로도 만들었다. ‘피동형 문장을 피하라.’ 그렇다 보니 피동형 문장은 부정적인 인식을 뒤집어쓰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피동형 문장이 별로인 이유는 행위의 주체가 드러나지 않거나 선명하지 않아 글에 힘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정책이 요구된다’보다 ‘정부는 정책을 펴야 한다’로 쓰라고 한다. ‘보여지다’처럼 피동이 이중으로 나타나는 형태는 더욱 경계하라고 힘을 준다. ‘보이다’가 이미 피동형인데, 피동을 더하는 ‘지다’를 군더더기처럼 덧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다’ 같은 표현도 비판을 받는다. 이런 문장은 ‘피동’에 더해 ‘번역투’라는 부정적 표지까지 더해진다. 그렇지만 ‘수사기관은 적발했다’가 모든 상황에서 더 낫다고 보긴 어렵다. 수동적으로 표현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피동형을 피하라는 지침은 잘 받아들여야 한다. 피동형은 ‘피하라’가 아니라 ‘남용하지 말라’여야 한다.

2019-02-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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