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최초의 온전한 피라미드/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최초의 온전한 피라미드/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입력 2022-05-23 20:30
수정 2022-05-24 03: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
굴절 피라미드에서의 시행착오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작업을 이어 간 파라오의 건축가들은 결국 애초부터 목표로 했던 온전한 사각뿔 형태의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대신 이 피라미드의 외부 경사각은 굴절 피라미드 상부와 같이 약 43도로 만들었다. 스네페루는 이 피라미드를 보고 분명히 만족했을 것이고, 실제로도 이곳에 매장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피라미드는 오늘날 ‘붉은 피라미드’라고 불린다. 외부를 감싸고 있던 외장석이 다 떨어져 나가고 내부 석재가 노출돼 피라미드가 붉은 색깔로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질 좋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졌던 외장석은 현재의 붉은 피라미드에서는 볼 수 없지만, 굴절 피라미드 하단부와 기자에 있는 카프라 피라미드 상단부에서는 오늘날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
다슈르의 붉은 피라미드.
다슈르의 붉은 피라미드.
붉은 피라미드의 내부에서는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나타난다. 그건 바로 현실, 즉 실제로 파라오의 시신이 매장됐던 공간의 방향이다. 피라미드는 거의 항상 북면에 입구가 만들어지고 그 입구에서부터 남쪽으로 나 있는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현실에 이를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도달하게 되는 현실 역시 남북 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것은 붕괴 피라미드와 굴절 피라미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는 모습이다. 굴절 피라미드의 경우에는 남북 축으로 만들어지는 입구-통로-현실도 있지만, 동서 축을 따르고 있는 입구-통로-현실도 있다.

이런 이중구조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이데올로기를 타협시켜 동시에 피라미드에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붉은 피라미드에서는 이중구조가 조금 더 형식화돼 나타난다. 입구-통로가 남북 축을 따라 만들어지는 데 반해 현실은 동서 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붉은 피라미드에 처음 등장한 이 형식은 이후 피라미드에서도 계속 적용된다. 피라미드의 물리적 완성도는 쿠푸의 대피라미드에서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피라미드 내부에 적용되는 이데올로기는 붉은 피라미드 단계에서 완성된 것이다.

2022-05-2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