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욕심이 몸을 망친다/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고전으로 여는 아침] 욕심이 몸을 망친다/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입력 2016-03-10 18:02
수정 2016-03-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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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떠나지 않고,
도중에는 깨닫지 못하고,
결국에는 빠져 죽는다.

초이불거 중이불각 종이익언(初而不去 中而不覺 終而溺焉)
강유선, ‘주천유고’(舟川遺稿) 중 ‘주봉설’(酒蜂說)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 욕심 많은 인간을 자신의 몸이 타 버리는 줄도 모르고 화려한 불꽃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 강유선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열린 술 단지에 벌이 한 마리 날아와 술을 빨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저러다가 빠져 죽겠다 싶어 손을 휘저어 날려 보냈습니다. 그러나 벌은 얼마 못 가서 금방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벌은 마침내 술 단지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를 본 강유선이 탄식하며 말했습니다. 나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이 벌을 거울삼아야겠다. 그러나 사람이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다가 그 본연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침내는 그 목숨을 버리게까지 만드는 것이 어찌 비단 술 하나에 그치겠는가.

■강유선(康惟善·1520~1549)

자는 원숙(元叔), 호는 주천(舟川), 본관은 신천. 1537년 사마시에 합격, 1545년 성균관 유생들과 함께 조광조의 억울함을 풀어 줄 것을 상소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인종 승하 후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산수를 즐기면서 세월을 보냈다.

1549년 이홍남 형제의 옥사에 연루되어 장살(杖殺)되었다. 저서로 ‘주천유고’가 있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고전산책’ 코너에서는 다른 고전 명구나 산문, 한시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16-03-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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