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급 경쟁률 82대1 폭등에 담긴 경고음

[사설] 9급 경쟁률 82대1 폭등에 담긴 경고음

입력 2010-02-24 00:00
수정 201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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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이 82.2대1을 기록했다고 한다. 1719명을 뽑는 데 14만 1347명이 지원한 것이다. 지난해의 59.3대1을 훌쩍 뛰어넘는 경쟁률일뿐더러 1971년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로 역대 최고치다. 그동안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1998년의 80대1보다 2.2%포인트, 2004년 76.2대1보다 6%포인트가 높다. 심지어 14명을 뽑는 교육행정직엔 무려 8173명이 몰려 583.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니 그야말로 낙타 앞에 놓인 바늘귀가 따로 없다고 하겠다.

직업으로서 공무원이 누리는 높은 인기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9급 시험만 해도 2001년 31.1대1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수십대1의 경쟁률을 이어왔다. 응시자 수도 해마다 십수만명에 이른다. 열띤 경쟁 속에 양질의 인력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극심한 취업난이 직접적 요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는 올해 9급 경쟁률이 치솟은 이유로 채용규모의 감소를 꼽는 모양이다. 지난해에 견줘 27.6%(655명)가 줄었으니 틀린 분석은 아니겠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2007년 이후 2년 내리 줄던 응시자 수가 올해 다시 증가한 점이다. 채용규모가 줄면 응시자 수도 줄던 추세를 벗어난 양태다. 30대 이상 고연령층 지원자 비중도 지난해 30.1%에서 올해 32.7%로 불었다. 이들 중엔 몇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공시폐인’들도 즐비하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공무원이 좋아서라기보다 달리 다른 일자리가 없으니 그저 기약없이 공직의 문만 두드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10%를 육박하고 있다. 2004년 카드대란 이후 최고치다. 엊그제엔 20대 주축의 청년들이 제 스스로 청년실업 문제 등을 풀어보겠노라며 ‘한국청년연대’를 결성, 이른바 당사자 운동에 나섰다. 불신 받는 정부는 설 땅이 없다. 당국은 분발하기 바란다.
2010-02-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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