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 훈령, 깜깜이 수사 우려된다

[사설] 법무부 훈령, 깜깜이 수사 우려된다

입력 2019-12-01 21:02
수정 2019-12-02 00:2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법무부가 자체 훈령으로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대검찰청을 비롯한 전국 66개 검찰청에 전문공보관 16명, 전문공보담당자 64명이 지정됐고 대검은 각급 검찰청에 민간위원이 대거 참여하는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규정에 따르면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는 전문공보관이나 전문공보담당자가 아닌 검사나 수사관을 상대로 사건에 관해 취재할 수 없고 검사나 수사관도 자신이 담당하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언론과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 이른바 ‘티타임’으로 불렸던 기자단과 검찰간부 간의 비공식 구두브리핑이 금지됐고 피의자 및 참고인의 공개소환도 사라지게 됐다. 기자는 검사실이나 조사실도 드나들 수 없게 됐다.

피의사실 공표와 인권침해 논란에서 비롯된 이번 훈령 제정은 그 본뜻에도 불구하고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언론이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 보도할 기회는 사실상 원천봉쇄됐다. 각급 검찰청의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가 공개를 불허하면 그 어떤 중대 사건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이다. 검찰이 부패범죄를 입맛대로 수사하고, 어떻게 결론을 내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오죽하면 검찰 내부에서조차 ‘깜깜이 수사’ 우려가 제기됐겠는가. 독소조항 비판이 제기된 ‘오보 언론의 검찰청사 출입금지’ 방침을 백지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피의사실 공표 등과 관련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검찰에 있다. 수사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유불리를 따져 가며 은근슬쩍 언론에 흘려 온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자체적으로 정비해야 할 내부 조직원들의 자질 문제를 오히려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데 이용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9-12-0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