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편견의 강을 건너 이해의 바다로/서호 통일부 차관

[기고] 편견의 강을 건너 이해의 바다로/서호 통일부 차관

입력 2020-05-25 21:46
수정 2020-05-2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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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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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만 눈물겹다고 생각했는데 남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삶이 다르지 않아 위로가 됐다.’ 어느 탈북민의 이 한마디에서 최근 개관한 남북통합문화센터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남이 모르는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헤어져 살아온 남북의 주민들은 오죽하랴. 우리는 과거에 묶인 채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얄궂은 분단국의 운명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서 흔히 탈북민을 ‘먼저 온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보다 더 아픈 것은 분단의 세월 속에 쌓여 온 ‘마음의 장벽’이다. 그 긴 시간의 틈새에는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라는 분단의 이끼가 뭉쳐 있다. 통일 후 동서독 주민들 간 마음의 화해를 위해 시작된 ‘동서포럼’ 모델은 남북통합문화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동서포럼을 시작한 악셀 슈미트괴델리츠는 ‘상호 이해를 위해 대화보다 더 좋은 교량은 없다’고 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가 아닌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알아가며 새로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상대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닮아 가려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 다가서는 마음이 쌓여 갈 때, 물방울이 돌을 뚫듯 분단이 만든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개관한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탈북민 지원센터가 아닌 남북 주민들이 함께 일상을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오랜 시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탈북민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서로를 알아가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생활공간이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화센터처럼 함께 요리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고, 스포츠를 즐기는 ‘먼저 온 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탈북민과 지역주민이 함께 동아리와 봉사단을 꾸리고, 다르게 살아온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나누는 ‘생애나눔 대화’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 개관하게 돼 더욱 뜻깊다.

‘두 사람이 합심하면 그 날카로움이 단단한 쇠도 끊을 수 있다’(二人同心其利斷金·주역)라고 했다. 남과 북이 분단의 긴 시간이 만든 단단한 쇠를 끊는 일을 우리 일상 속에서 시작해 보자. 편견의 강을 건너 이해의 바다로 가는 길에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안식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따뜻한 공감과 나눔이 있는 열린 공간, 남북통합문화센터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2020-05-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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