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은발/허남주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은발/허남주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6-17 00:00
수정 2011-06-17 00: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흰 머리카락은 틀림없이 외할머니의 것이었다. 가끔 음식에서 발견되면 미안해하시던 할머니와 달리 별로 이물감은 없었다. 흰색이라 그랬을까. 하지만 내 머리카락 속에 듬성듬성 섞여 드는 그것은 아무래도 친해지지 않는다. 늘 낯설다.

은발이 멋스러운 사람도 있다. 염색을 그만하기로 한 사람의 은발은 욕심이 다 빠져나간 듯 보이고 오히려 동안이 돋보이기도 한다. 흰 머리카락을 숨기느라 부산 떨지 않는 그 초연함도 좋다. 그래도 또래들의 흰 머리카락은 여전히 안쓰럽다. 그들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어 시간의 흐름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우연히 부딪친 은발의 지인에게 돌아서면서 묻고 말았다. “염색 좀 하면 안돼?” 아차, 순간 상대의 마음이 염려스러웠지만 이미 말은 날아 갔다. “안돼. 변하면 안 되잖아!”

흰 머리카락의 출현이 변하는 것인지, 염색이 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생각만은 동의하고 말았다.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게 좋긴 좋다.

허남주 특임논설위원 hhj@seoul.co.kr
2011-06-1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