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꽃의 생명력/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꽃의 생명력/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8-25 00:00
수정 2011-08-25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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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 창가에 작은 화분 4개가 나란히 있다. 꽃을 좋아하지만 번번이 꽃을 살 수는 없기에 산 작은 화분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오랫동안 예쁜 꽃을 즐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주일에 한 번만 물을 갈아줘도 되니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3~4주 되니까 시들기 시작했다. 점차 여위어 가는 환자처럼 비실비실한다.

물을 듬뿍 줘도 회생의 기미가 안 보인다. 결국 마음을 접고 버리려고 밖에 화분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몇 주 지났는데도 죽지 않고 있다. 장마철에 베란다로 내리친 빗물을 받아 먹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꽃도 다시 피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한놈이 오렌지빛 꽃을 꼬물꼬물 피우더니, 옆의 놈도 분홍빛 꽃망울을 잉태했다.

생명의 힘이 저토록 강하다니. 주인은 나 몰라라 포기한 그들의 삶이건만, 그들은 젖먹던 힘까지 내서 스스로를 살려낸다. 어떤 일이든 결코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저 작은 꽃들이 온몸으로 나에게 가르친다. 희망도 함께 밝혀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8-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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