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도그TV/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도그TV/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3-05 00:00
수정 2014-03-0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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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 마당은 나와 ‘그’의 놀이터였다. 놀다 지치면 나는 방으로, 그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학교에 갔다 돌아올 때쯤 되면 용케 알고 대문 안쪽에서 기다리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어머니 몰래 방안에 ‘그’를 들여 언 몸을 녹여주다 혼쭐나기도 했지만 어머니 역시 나고들 때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워했다. 믹싱 스피츠견(犬) ‘루비’는 이름 그대로 우리 가족에겐 보석 같은 존재였다.

문득 40여년 전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루비가 뭘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궁금해진다. 아마 동네를 자유롭게 쏘다녔을 것이다. 이제 반려견들에게 그런 ‘자유’는 허용되지 않는다. 혼자 나다니기는커녕 목줄을 하지 않고서는 바깥세상 구경도 못할 판이다.

한나절 집안에 혼자 남은 반려견들을 위한 ‘도그TV’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화면의 명암, 소리, 주파수 등을 개에게만 맞춘 유료방송이란다.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오늘도 우리 시추견 ‘돌이’는 집에서 그런 소식이 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3-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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