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말의 이빨/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말의 이빨/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3-23 23:02
수정 2017-03-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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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받은 말의 이빨은 보는 게 아니다.’ 유럽에 분포된 속담이다. 말을 사고파는 상인들이 말의 체력 상태나 나이를 판별하는 척도가 입인데, 특히 이빨이 마모된 정도로 나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말이란 세계 어디서건 값비싼 동물이다. 그런 말을 누구한테 공짜로 받았다면, 입안을 들여다보고 이빨로 말을 품평하는 것은 실례라는 뜻이다.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선물을 준 사람의 성의에 감사하고 선물에 기뻐할 일이지, 어디서 샀으며 어느 정도의 가격이고, 품질은 좋은지 알려 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의미이겠다.

산책 중에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누군가 사례한답시고 케이크를 보냈다. 제법 큰 케이크여서 대부분을 다른 사람과 나눠 먹고 두세 조각 정도를 남겨서 먹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별로였다. “맛없네”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케이크니, 상중하로 치면 중쯤의 맛은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사례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터였는데, 사놨다는 간곡함에 못 이겨 받은 케이크였다. 말의 이빨을 들여다보듯 케이크를 품평한 내 입이 방정맞고 쑥스럽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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