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가을 물/이동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가을 물/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7-10-30 23:02
수정 2017-10-31 01: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가을빛이 현란하다. 갈색인 듯 붉은 잎이 온 산을 물들이고, 누렇다 못해 검붉게 변한 벼는 대지를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설악산, 칠갑산, 영일만 등등. 가는 곳마다 가을의 절경이 펼쳐진다. 산허리를 비켜 들판으로 실려오는 숲 향기나 샛바람에 밀려오는 비린내에도 가을빛이 가득 묻어 있다.

한 달째 주말마다 여행이다. 아내와 아들, 친구, 직장 동료, 군대 고참 등등. 동행자는 달라도 즐거움과 만족감은 별 차이가 없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무슨 말이든 귀담아들어 주는 편안한 사람들이다. 만산홍엽이 아름답다고 해도 곁의 사람들만 하랴. 그들 때문에 삶은 의미 있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고향 나들이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채운다. 지인들과의 시간은 부족했고, 풍광은 또 변해 있기 마련. 늘 부족하다. 그리움이라는 추억만 쌓아 놓는다. 가을빛이 인생 여정을 잠시 뒤돌아보게 하는 것처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접시꽃은 붉은 물이 들었다만/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추일미음’, 서정주)

yidonggu@seoul.co.kr
2017-10-3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