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난(蘭) 화분/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난(蘭) 화분/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07-13 17:52
수정 2020-07-14 03: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책상에 놓인 작은 화분 속의 난(蘭). 처음 만났을 때는 너무나 생기 넘치고 윤기 가득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청초하고 단아한 자태였던 첫 만남의 순간은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유쾌함으로 새겨져 있다.

어느 날 아침, 그윽함으로 가득 채웠던 향기는 지금도 코끝을 맴돈다. 수줍은 듯 세상을 향해 펼쳤던 꽃잎 단장은 잊을 수가 없다. 후각과 시각을 넘어 가슴까지 맑게 했던 난의 청춘은 행복한 추억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축하한다. 건승을 기원한다”는 등의 꼬리표를 달고 누군가를 대신해 나타난 화분 속의 난. 상대방의 마음과 그의 역할을 조금은 알기에 정성스럽고 애지중지하는 마음을 쏟으려 했건만. 초심을 잃어버리게 하는 속절없는 시간들은 또 어김없이 소홀함으로 생기를 잃게 했다.

시들한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함과 아쉬움이 앞선다. 찬란했던 과거 모습을 다시 보려 하지만 희박한 가능성에 후회만 남는다. 그저 이 순간이라도 조금, 조금만 더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더해진다. 비록 언제 꺼져 버릴지도 모를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지만 함께했던 시간의 행복한 추억들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yidonggu@seoul.co.kr
2020-07-1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