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영정사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영정사진/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기자
입력 2023-11-01 01:27
수정 2023-11-01 01: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으로 향했다. 끝물 억새와 만개한 코스모스가 두 팔 벌려 반긴다. 까치발도 모자라 손을 높이 들어 가을 정취를 부지런히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본다. 그때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영정사진으로 쓰게 잘 찍어 봐.”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듣는 가슴이 철렁한다. 정작 휴대폰을 들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그럼 웃어 봐요” 한다. 키보다 높은 억새밭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나 대화 내용으로 짐작하건대 노부부이지 싶다.

집안 행사로 한복을 새로 장만한 부모님이 내친김에 사진관에 가서 영정사진을 찍었다고 해 불같이 화를 낸 적 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울었더랬다. 남 얘기 같던 부모 부재 가능성을 말초신경으로 느낀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때 어머니 아버지도 억새 건너편 노부부처럼 밝게 서로의 표정을 봐 주고 있었을까. 고운 한복을 입은 영정 속의 부모님은 답이 없다.
2023-11-0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