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그리스 총리, 3일 긴급 회동..”민간 채권단, 자발적 동참 절충”무디스, ‘디폴트 가능’으로 더 강등..추가 하향 경고
선재규 기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이른바 ‘트로이카’가 그리스 채무 위기를 고심 끝에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아닌 차환(rollover)으로 절충키로 어렵사리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때 맞춰 그리스의 등급을 더 떨어뜨려 처음으로 ‘디폴트가 가능하다’고 평가함으로써 유로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CB는 EU 일각에서 제기된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 불가론에 대해서도 ‘유로권에 부정적인 전이 효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그리스의 신규 발행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존 채무를 상환받는 차환 방식으로 위기를 일단 덮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가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ECB의 위르겐 스타크 이사는 이탈리아 신문 일 솔레 24 오레 회견에서 민간 채권단이 자발적으로 그리스가 신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키로 합의할 경우 그리스의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방식을 ECB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스타크는 “그렇게 하면 디폴트나 부분적인 디폴트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신 “민간 투자자들이 그리스를 (계속) 지원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ECB의 이런 입장과 관련해 그리스와 채권단이 신규 차입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모든 당사자가 비록 느리지만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쪽으로 합의를 이뤄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신 그리스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며 일부 민간 채권단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동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그리스와 트로이카 협상팀이 지난 4주여 계속된 협상을 늦어도 3일중 타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U와 IMF가 지난해 5월 그리스에 지원키로 합의한 1천100억유로 가운데 5차 인도분 120억유로를 아테네측에 전달하는 조건을 놓고 그간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무디스가 이런 타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디스는 1일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Caa1으로 더 떨어뜨린다고 발표했다.
이 수준은 ‘투기 등급’에서 7단계나 낮은 것이다. 특히 ‘디폴트 가능’의 첫 단계라는 점이 주목된다고 로이터는 강조했다. 로이터는 아르헨티나도 지난 2001년 7월 Caa1 등급을 받은 후 5개월 만에 디폴트를 선언했음을 상기시켰다.
또다른 평가기관인 피치는 이보다 3단계 높은 B+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경우 2단계 위인 B를 각각 그리스에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등급이 상황에 따라 더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무디스의 사라 칼슨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Caa1 등급을 부연 설명하면서 “그간의 사례를 볼 때 이 등급을 받은 기업이나 금융사가 디폴트할 확률은 50% 가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 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겸 재무장관의 보좌관실은 융커가 3일 룩셈부르크에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긴급 회동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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