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인터넷 비밀번호 노출… “B급 영화꼴”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미국 외교문건 25만건 전량을 실명 편집없이 쏟아낸 것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파일 전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4일 이번 유출 대란은 위키리크스 측의 실책으로 ‘B급 재난 영화’처럼 전개됐다고 꼬집으며 사건 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사건의 서막이 오른 것은 위키리크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폭로 내용을 공개해온 영국 일간 가디언 기자 데이비드 리가 지난 2월 펴낸 책 ‘줄리언 어산지의 비밀주의와 전쟁’에서 외교전문이 담긴 파일 서버의 비밀번호 일부를 공개하면서부터다.
위키리크스를 떠난 독일 대변인 다니엘 돔샤이트 베르크도 이번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이다. 어산지와 결별한 뒤 또 다른 폭로사이트 오픈리크스를 설립한 그는 위키리크스 서버를 보수하면서 데이터베이스 일부를 빼놓았는데, 그 안에 문제의 외교전문이 들어 있었다.
전문공개가 시작된 직후 위키리크스 웹사이트는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아 접속에 차질이 생겼다. 이때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이 공격을 피하려고 파일 공유 서비스의 일종인 토런트를 활용, 이 파일을 확보해 유포했다. 이때 돔샤이트 베르크가 보유한 전문 파일까지 검색되면서 비밀번호만 알면 전체 문서를 열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 어산지와 돔샤이트 베르크 간의 갈등이 악화됐고 오픈리크스가 어산지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전체 파일이 이미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지난달 말 파일 서버의 비밀번호 일부가 리의 책에 나온다는 사실을 독일 주간 데르 프라이탁에 알려준 것도 오픈리크스 쪽 인사였다. 이후 트위터 등에 비밀번호에 대한 추측이 꼬리를 이었다. 마침내 지난달 31일 누군가에 의해 비밀번호가 풀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유출 대란으로 치달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09-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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