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코메르산트’ 사장ㆍ잡지 편집장 해고당해
러시아 총선 부정 논란의 여파가 언론계로까지 번졌다. 총선 부정을 고발하는 기사를 게재한 언론사 간부들이 사주에 의해 전격 해고됐다.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일간지와 시사주간지 등을 발행하는 출판 지주회사 ‘코메르산트’ 사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12일(현지시간) 이 회사 사장 안드레이 갈리예프와 산하 정치시사주간지 ‘코메르산트-블라스티(권력)’ 편집장 막심 코발스키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코발스키는 코메르산트에서 20년 이상 일하던 중견 언론인이다.
우스마노프는 총선 부정 사례들을 고발한 주간지 ‘권력’의 최신호 기사들이 “아이들 장난 수준”으로 언론 윤리를 위반했다고 해임 사유를 설명했다. 우스마노프가 신문과 잡지 편집 방향에 간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간지 ‘권력’ 최신호는 ‘단합당의 승리’란 제하의 기사에서 소속 기자들이 직접 목격했거나 선거감시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투표장에서의 수많은 부정과 위법 사례들을 고발했다.
잡지 머리 기사는 “총선 결과와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의 기록적으로 저조한 성적은 우리 사회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정치권력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잡지 표지에는 투표소에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사진을 게재했다.
잡지는 또 기사에 지난 10일 크렘린 궁 인근 ‘늪 광장’에서 열린 야당의 대규모 총선 부정 규탄 집회에서 광장 바닥에 그려져 있던 푸틴에 대한 욕설 사진을 그대로 싣기도 했다.
이같은 기사와 사진들이 사업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사주 우스마노프의 분노를 샀다는 해석이다. 우스마노프는 러시아의 거대 제철 기업들을 소유한 철강 재벌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11년 갑부 순위에 따르면 그는 개인재산 177억 달러로 러시아 내 5위, 세계 35위의 갑부로 조사됐다.
우스마노프는 2000년부터 거대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가스프롬인베스트홀딩’의 사장을 맡는 등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출판기업 ‘코메르산트’는 오랜 전통의 일간지 ‘코메르산트’를 기반으로 1989년 설립됐다. 현재 일간지 ‘코메르산트’ 외에 정치주간지 ‘블라스티(권력)’, 경제주간지 ‘뎅기(돈)’ 등을 발행해오고 있다.
2006년 ‘코메르산트’를 인수한 우스마노프는 편집 문제에는 절대 간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에 그 약속을 깨고 말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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