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 불평등 심화 속 재벌에 분노”

“홍콩 시민, 불평등 심화 속 재벌에 분노”

입력 2014-10-20 00:00
수정 2014-10-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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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 배경에는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으며 이 때문에 홍콩 시민은 재벌을 분노와 경멸을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분석했다.

WSJ는 홍콩이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크고 부동산 가격은 가장 높지만 수년간 임금 상승은 정체되면서 학생들과 중산층이 크게 좌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민의 좌절에 따른 분노는 홍콩 재벌들에게 향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소수의 재벌 가문이 부동산 시장의 대부분을 통제하며 소매업은 물론 전기와 가스, 교통 등 공공 영역까지 재벌들이 통제하고 있다.

홍콩 대학 졸업자의 초봉은 지난 17년간 연 1%씩 상승해 19만8천 홍콩달러(약 2천7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며 주택 가격 상승률에는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홍콩대 방문교수인 장 피에르 레만은 “홍콩에는 불평등 같은 많은 심각한 문제들이 있고 재벌들은 이런 문제들의 상징으로 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콩의 재벌들은 한때 홍콩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더욱 부유해지는 한편 사람들은 가난해지면서 이제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부의 집중은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런 불평등은 지난 10년간 더욱 심화했다.

경제 컨설팅 업체인 웰치 컨설팅에 따르면 홍콩 억만장자 41명의 재산이 홍콩 전체 경제 생산력의 74.4%에 이른다. 1명의 억만장자가 국가 국민총생산(GDP)의 99%를 점유한 아프리카 스와질란드를 제외하고 부의 집중도가 가장 심하다.

또 2000년 홍콩 상위 부자 10%의 자산은 홍콩 전체 자산의 65.6%를 차지했지만 2007년에는 이 비중이 69.3%로 증가했고 올해는 77.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재벌들은 이번 시위 사태에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고 발언을 하더라도 온건한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홍콩 학생들의 ‘열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시위대에 촉구했다.

부동산 개발업체 윌록(會德豊)의 피터 우(吳光正) 회장 역시 “사람들이 시위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홍콩은 이미 승리했다”면서도 민주화 시위가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번 시위로 홍콩 재벌들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긴 하겠지만, 중국이 홍콩을 통제하는 데 있어 재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홍콩 문제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웹은 “중국은 재벌과 협력을 통해 행정장관 선출을 통제해 왔다”라면서 행정장관 후보선출위원회 구성을 재벌에서 민주 진영으로 바꿀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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