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검은 장갑’ 사건 주인공 “바클리 입 닥쳐”>

<올림픽 ‘검은 장갑’ 사건 주인공 “바클리 입 닥쳐”>

입력 2014-12-05 00:00
수정 2014-12-0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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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시상대에 올라 흑백 차별에 항거하는 의미에서 검은 장갑을 끼고 주먹을 하늘로 뻗은 미국 육상 스타 존 카를로스(69)가 독특한 정치적 소신을 밝힌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 찰스 바클리(51)를 강하게 비판했다.

흑인인 바클리는 2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미주리 주 퍼거슨의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을 기소하지 않은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윌슨 전 경관이 흑인을 쏴 죽이려고 현장에 출동한 것은 아니라며 이 사건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됐다던 대다수 흑인과 시위대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카를로스는 4일(현지시간)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클리가 정치적인 표를 의식한 것 같다”면서 “좋은 말을 할 게 없다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며 바클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바클리가 보도를 어떻게 접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농구 해설가이지 사법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렇다면 그렇게 말을 경멸하듯이 내뱉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바클리가 퍼거슨 소요 사태 때 방화와 약탈을 저지른 일부 시위대를 ‘쓰레기’로 지칭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카를로스는 미국 역사에서 수많은 이들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에게 살해된 사례를 들며 “모든 사람은 죽은 이들이 뭔가 잘못 했으리라 생각하지만, 설사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그것이 백인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바클리와 대척점에 섰다.

카를로스는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팀 동료 토미 스미스와 함께 자국에 만연하던 인종 차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을 하늘로 내뻗었다.

두 선수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적인 행위였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비난을 받고 즉각 선수촌에서 쫓겨났으나 흑인 저항 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동료 해설가인 흑인 케니 스미스도 바클리에게 언론에 공개편지를 띄워 최근 발언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바클리를 향해 “미국 언론이 최근 정치적·인종적 발언에서 나타난 당신의 통찰력을 농구 해설에서의 그것과 같은 존경심으로 바라볼지를 요즘 따져보고 있다”며 비전문 영역인 인종 갈등 문제에서 마치 흑인 인권 지도자 알 샤프턴 목사,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행세하는 바클리를 비판했다.

스미스는 “방화와 약탈을 보면서 나 또한 마음이 아팠지만, 분노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채 불을 지른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쓰레기’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바클리도 분노를 잘 다스려왔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흑인 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바클리가 CNN 방송에서 밝힌 뉴욕 사태에 대한 시각도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 대배심은 3일 체포 과정에서 흑인 에릭 가너를 목을 졸라 죽인 백인 경찰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바클리는 대배심 발표 전 방영된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경찰이 좀 공격적이긴 했으나 과잉대응했다고 살인자로 몰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가너의 덩치가 컸던 탓에 경찰이 그를 제압하려다 벌어진 불상사이지 그를 죽이려고 든 것은 아니다”라며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정반대 입장을 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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