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원 앞장서 흑인 주머니 쥐어짠 미 퍼거슨시

경찰·법원 앞장서 흑인 주머니 쥐어짠 미 퍼거슨시

입력 2015-03-08 11:10
수정 2015-03-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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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미국을 휩쓴 흑백 차별 철폐 운동의 진원지인 미주리 주 퍼거슨 시가 경찰과 법원을 앞장세워 가난한 흑인의 주머니를 쥐어짜 시 재정을 확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8월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은 뒤 근본적인 인종 차별 해결 방안을 조사해 온 미국 법무부가 퍼거슨 시 경찰·법원의 상습적인 흑인 차별을 고발한 데 이어 CNN 방송이 퍼거슨 시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무차별 세금 징수 백태를 7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법무부 자료를 토대로 한 보도를 보면, 퍼거슨 시 정부는 주로 흑인을 표적으로 삼아 교통범칙금을 받아내도록 경찰과 법원에 열심히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2만 1천명 중 흑인의 비율이 67%에 달하는 이 도시의 시의원, 경찰 등 공무원의 대다수는 백인인 기묘한 인적 구조가 인종 차별의 근본 문제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 정부가 흑인만을 세금 징수의 주요 대상으로 잡고 작정한 듯 흑백 차별 정책을 편 것이다.

CNN 방송은 시 정부로부터 재정 확충 압박에 시달린 퍼거슨 경찰이 워낙 많은 교통 위반 티켓을 발부했고, 한 달 평균치인 28건의 티켓을 끊지 못한 경찰관은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한 경찰은 교통 위반을 한 시민을 상대로 한 번에 14장의 티켓을 발부했다.

법원의 판사도 경찰과 한통속이었다.

즉결 심판에 넘겨진 도로교통법 위반자가 특정 사유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으면 곧장 벌금을 내도록 명령했다.

공공기관의 무차별로 벌금 남발로 퍼거슨 시는 2010년 100만 달러를 확보해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관내 80개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 순위 상위 8위 안에 들었다.

2012년에는 벌금으로 만든 확보한 돈이 2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이를 고스란히 시 정부 금고로 가져간 시 관계자가 경찰에 전자메일로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보낸 사실이 법무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법무부는 2009년 퍼거슨 시 재정(1천100만 달러)의 12%(138만 달러)에 불과하던 벌금 수입이 경찰과 법원의 흑인을 대상으로 한 집요한 표적 단속 때문에 올해에는 두 배 가까이 상승한 23%(300만 달러·시 재정 1천3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근 도시보다 높게 책정한 범칙금도 퍼거슨 시의 세금 폭정을 뒷받침한다.

주차위반 범칙금이 5∼100달러에 불과한 주변 도시와 달리 퍼거슨 시에서는 102달러나 된다.

잡초나 풀을 다듬지 않고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뒀을 때 부과하는 벌금도 인근 도시에서는 5달러이지만, 퍼거슨에서는 15배가 넘는 77∼102달러다.

CNN 방송이 소개한 한 가정의 사례는 그간 퍼거슨 시에서 벌어진 상황을 쉽게 알려준다.

60대 여성 로이스틴 호스킨은 2009년 퍼거슨 경찰이 집 옆에 주차된 자신의 오래된 차에 타이어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차’라는 티켓을 발부하자 꼼짝없이 벌금 1천200달러를 냈다. 견인된 차가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 차마저 잃었다.

그럼에도, 호스킨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도 없고 감옥에 가기도 싫었다”고 앉아서 당한 사연을 실토했다.

그의 딸인 킴벌리는 무보험 차량을 몰다가 경찰에 걸려 벌금 124달러를 낸 뒤 급성 충수염 수술로 병원에 갔다고 밝혔음에도 법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100달러를 더 냈다.

당시 법원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했고, 구직에 어려움을 겪을까 불안해하던 킴벌리는 벌금을 서둘러 냈다.

연방 정부가 퍼거슨 시 경찰의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심지어 해체마저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 보호보다 세금 징수에 혈안이 된 퍼거슨 시 정부의 행태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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