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모태기업’ HP 분사…소비자·기업 부문 분리

‘실리콘밸리 모태기업’ HP 분사…소비자·기업 부문 분리

입력 2015-10-31 09:59
수정 2015-10-3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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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모태(母胎)가 된 기업이며 한때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기업이었으나 최근 10여년간 갈팡질팡하며 어려움을 겪어 온 휴렛팩커드 컴퍼니가 11월 1일 분사된다.

이는 작년 10월 6일 분사 계획을 발표한 후 1년여만이다.

분사에 따라 PC와 프린터 등 소비자 제품을 만드는 HP 주식회사(HP Inc.)와 소프트웨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기업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등 두 개의 후신 회사가 생긴다.

HP 주식회사의 사장 겸 CEO는 기존 휴렛팩커드 컴퍼니에서 프린팅 및 퍼스널 시스템스(PPS) 그룹 담당 수석부사장(EVP)인 디온 와이슬러가 맡을 예정이다.

기존 휴렛팩커드 컴퍼니의 회장,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 멕 휘트먼은 분사 후 HPE의 사장 겸 CEO와 HP 주식회사의 비(非)집행역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HP 주식회사는 기존 휴렛팩커드 컴퍼니의 ‘hp’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며, HPE는 청록색 테두리가 있고 가로로 기다란 작은 직사각형 아래에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라는 글씨가 쓰인 새 로고를 쓴다.

월요일인 11월 2일부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존 휴렛팩커드 컴퍼니 주식 기호인 ‘HPQ’는 HP 주식회사의 기호로 쓰이며, HPE는 ‘HPE’라는 새 기호로 거래된다.

휴렛팩커드 컴퍼니가 이렇게 분사하는 것은 사업 성격이 전혀 다른 소비자 제품 부문과 기업 고객 대상 부문이 한 회사 내에서 함께 운영됨으로써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서로에게 걸림돌이 돼 왔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휴렛팩커드 컴퍼니는 1990년대까지 인텔과 함께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기업이었고, 단기적인 경영 성과가 아니라 엔지니어와 기술을 중시하고 창업을 장려하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철학으로도 유명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는 이 회사에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이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회사의 지원을 받아 ‘스핀오프’ 방식으로 잇따라 독립하면서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퍼드대 공대 동기동창인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에 의해 1939년 창립된 휴렛팩커드는 경쟁 제품보다 성능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오실로스코프(전기 파형을 스크린에 표시해 주는 기기)를 내놓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자본금 538달러를 갖고 휴렛과 팩커드가 동업을 시작한 팰로앨토의 차고는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로 인정받아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미국 연방정부의 사적지로 지정됐으며, 회사는 이를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창립 후 60년간 이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 출신 임직원들이 이끌어 왔다.

이들의 경영철학은 ‘HP 방식’(The HP Way)라고 불렸는데, 엔지니어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중시하고 직원들과 이익을 나누는 등 장기적 비전, 기술력,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공동창업자 두 사람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 자사 출신 엔지니어 순혈주의와 사업부별 비협조가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1999년에는 60년의 전통을 깨고 비(非)엔지니어 외부인인 칼리 피오리나가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이 회사가 AT&T의 마케팅 임원이었던 피오리나를 영입한 것은 미국 대기업 최초의 여성 CEO 임명 사례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회사의 모체였던 전자계측기기 부문을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로 분사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러나 피오리나 취임 후 휴렛팩커드 컴퍼니의 경영 실적은 외형만 커졌을 뿐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 회사는 피오리나의 뜻에 따라 2002년 컴팩을 인수한 후 한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PC 제조업체가 됐으나, 전세계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던 PC제조업에 회사의 운명을 건 꼴이 됐고 기술 분야에서의 명성은 점점 떨어졌다.

피오리나가 이사회의 압력으로 2005년 물러난 후에도 이후 외부 출신 비(非)엔지니어인 마크 허드, 레오 아포테커, 멕 휘트먼 등이 잇따라 CEO를 맡았으나, 쇠퇴하는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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