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한달…8조원 추경 편성·비상재해 지정 복구 전력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여진이 무섭습니다.”일본 구마모토(熊本) 일대를 강타한 연쇄 강진이 오는 14일로 한 달을 맞는다.
지난달 14일 밤 규모 6.5의 강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6일 새벽엔 규모 7.3의 더 강력한 지진이 이들 지역을 덮치면서 삶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사망 49명, 대피 생활 중 걸린 질병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사망자 19명, 실종 1명 등 6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도 1천717명에 달하는 대형 재해였다.
대피소 생활자는 지난달 17일 18만4천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하나 둘 보금자리를 찾아 떠났지만, 집이 파손되거나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서 아직도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도 1만700여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13일 구마모토 지진 복구 비용 지원을 위해 각의(국무회의)에서 7천780억엔(약 8조3천697억원)의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국회로 넘겼고 국회도 내주 초인 17일 이를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는 추경예산 외에도 구마모토 지진을 비상재해로 지정하고 재해 지역 내 도로, 다리 등의 복구 사업을 직접 나서서 지휘하기로 했다.
그만큼 정부로서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최대 피해를 불러온 이번 구마모토 지진 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또 피해가 심각한 것은 문화재다. 지난달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으로 인해 국가 및 지방 정부가 지정한 문화재 가운데 최소 327건이 파손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구마모토성의 경우 복구에 적어도 10년에, 비용도 100억엔(약 1천76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나고야(名古屋)성, 오사카(大阪)성 또는 히메지(姬路)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성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177만명이 찾는 등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다. 그만큼 관광수입 감소 등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상당하다.
이처럼 이번 지진 피해가 워낙 커서 구마모토현 등 피해지역 주민이 지진 발생 이전의 정상 생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마모토시에 살던 이나즈 히로시(稻津博·75)씨는 지진으로 집이 완전히 파손돼 대피소를 전전하다 지난 3일부터 나가사키(長崎)시의 공영주택을 배정받았다.
지진 이후 후쿠오카(福岡)시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부인과 딸이 합류하면서 ‘이산가족’은 겨우 면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여진이 무서워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진으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구마모토현 우키(宇城)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가마타 사치코(鎌田幸子·68·요)씨는 후쿠오카현 공영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는 “미용실 벽에 금이 가고, 물건들이 떨어져 뒤죽박죽돼 있는 채 떠나왔다”며 “구마모토로 돌아가도 다시 미용실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요미우리신문이 지진 발생 한 달에 앞서 대피 생활을 하는 이재민 100명을 상대로 지난 7~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1명이 “언제 대피소를 떠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행정기관 등에 바라는 점으로는 ‘가설 주택이나 공공주택 제공’이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39명은 ‘주택 재건 비용 제공’, 31명은 ‘생활자금 제공’(최대 3문항 응답 가능)을 꼽았다.
구마모토 지역에서는 이날 새벽에도 진도4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됐다. 진도4는 전등 등 천정에 내걸린 물건이 크게 흔들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는 수준의 진동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구마모토 지진 이후 이날 오전 6시까지 발생한 진도 1 이상의 여진은 총 1천410회를 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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