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 IT업계 잘되도록 도와줄 것”

트럼프 “ IT업계 잘되도록 도와줄 것”

입력 2016-12-15 10:34
수정 2016-12-1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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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서밋’ 첫 만남 우호적…“혁신 계속돼야, 공정무역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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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실리콘 밸리의 테크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IT업계 고위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신들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 애플과 아마존 등 실리콘 밸리 기업들과 각을 세우며 전통 산업 진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 입장에서 다소 선회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 인사들은 “입에 발린 말인지, 정책으로 뒷받침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테크 서밋’으로 불린 이 날 모임에서 “엄청난 혁신이 지속하길 원한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사람은 없다”며 IT 거물들을 추켜세우면서, “내 사람 들게 전화를 할 수도 있고, 내게 전화를 할 수도 있다. 여기선 공식적인 명령체계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공정한 역외 무역 협상을 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더 쉽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포함한 과거의 무역협상들에 대해 완고한 반대자였다”면서 그의 이 발언이 무역협상에 대한 기존의 입장과는 뉘앙스가 다른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팀 쿡 애플 CEO,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CEO와 에릭 슈밋 공동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COO(최고운영책임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IBM, 오라클, 시스코, 팔란티르 테크놀리지의 CEO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사업을 경영해 나갈 예정인 세 명의 장성한 아들, 실리콘 밸리 거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를 지지했던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 등이 참석했다. 틸은 이날 모임을 주선한 당사자다.

잠깐의 모두 발언을 제외하고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 날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공개 브리핑은 없었다.

한 참석자는 2시간 동안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회의가 진행됐으며, 분기별로 이런 모임을 같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민 문제와 대중국 경쟁력 유지 방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으나, 트럼프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베저스 아마존 CEO는 “매우 생산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혁신을 주요 기둥들 가운데 하나로 할 것이라는 관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에 앞서 실리콘 밸리에서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이 모임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참석해서 실리콘 밸리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새로운 현실(트럼프 차기 행정부)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입장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크리스 사카 전 구글 임원은 “트럼프 당선인과 테크 지도자들이 함께 자리한다면, 그가 검열을 조장하지 않을 것이며, 허위 뉴스 이용을 중단할 것이며, 망 중립성을 증진할 것이며, 증오 범죄를 비난하고 과학을 신봉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그 전에 모임을 한다면 IT산업뿐 아니라 우리 전체 민주주의를 위협한 권위적이고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눈감아주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는 애플에 대해 “테러리스트 암호 해독 정보를 FBI에 넘기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 “애플은 중국에서 철수해 미국에 큰 공장을 세워야 한다”거나, FBI가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수사 종결을 발표한 지난 10월 말에는 “와!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은 FBI의 클린턴에 대한 범죄수사를 묻어버리려 한다. 매우 부정직한 미디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주인 베저스 CEO에 대해서는 “베저스가 WP를 앞세워 탈세하고 있다. 내가 당선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극언했다. 베저스는 “트럼프가 미국의 민주주의를 부식시키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와 실리콘 밸리의 악연이 이번 ‘테크 서밋’으로 봄 눈 녹듯 사라져 버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와 테크 계가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는 지난 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최대의 성취를 이뤘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법적 제도적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반독점 금지법에 대한 유화적 적용이나 망 중립성 원칙 고수 등이 대표적이다.

WSJ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등의 혁신 분야들은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제대로 조응이 이뤄져야 진전이 될 수 있다”면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분야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정책적 틀을 짤 수 있을지에 대해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항공청과 교통부에서 최고위 변호사를 지낸 캐슬린 톰슨은 석유와 석탄과 같은 전통적 화석 연료를 선호하는 미국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나온다면 전기차에 대한 세제 감면이나 보조금 등은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테크 서밋에 트럼프가 가장 애용하는 ‘실리콘 밸리 상품’인 트위터는 초청받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폴리티코는 “선거운동 기간 ‘사기꾼 힐러리’ 해시태그의 이모지 버전을 거부한 보복으로 이 모임에서 방출된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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