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총기산업 편든 것 때문에 시종 쫓겨”
신지홍 특파원= 미국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의 13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과거 ‘전미총기협회’(NRA) 유착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NRA는 미 최대 정치로비단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진보의 아이콘인 샌더스 의원이 왜 NRA 앞에서 유독 약자인지를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TV토론에서 정면으로 따지고 나섰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을 향해 “1993년 당시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래디법’의 통과를 무려 다섯 차례나 반대했다”며 “총기규제에 너무 미온적”이라고 공격했다.
실제 샌더스 의원은 199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NRA가 총기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경쟁 후보의 낙선운동을 펼친 결과 수혜를 입은 이래 NRA의 입맛에 맞는 투표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샌더스 의원은 당시 법안이 복잡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미국 전체가 NRA에 반대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는 클린턴 전 장관의 반박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샌더스 의원은 “총기 대리구매자를 연방 차원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지만, 이내 “미국이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 시골 주들은 다른 주들과는 총기법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며 일률적인 총기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범죄자에게 총기를 파는 제조업체나 상점은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잠재적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총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거의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다만, 총기협회와의 관련이 부담스러운지 “나는 NRA에 친구가 없다. 버니 샌더스는 NRA로부터 D마이너스 평가를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의원님, 나는 NRA로부터 F를 받았다”는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의 역공을 받았다.
클린턴 전 장관과 오맬리 전 주지사는 ‘어떤 적이 가장 자랑스러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NRA”라고 해 샌더스 의원과는 달리 NRA와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NRA는 이날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주장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헌법과 싸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 뿐”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폭스뉴스는 “이날 토론회의 최대 공공의 적은 NRA였다”며 “샌더스는 과거 총기산업의 편을 든 것 때문에 시종 쫓겼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