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바꾸지 말아야”… 주요 언론도 ‘개헌 찬반론’ 가세
일본 사회가 69번째 헌법의 날을 맞은 3일 개헌을 둘러싸고 다시 갑론을박에 빠졌다. 아베 신조 총리가 헌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주요 언론들은 개헌에 대한 확연히 다른 입장을 내세우면서 각각 찬반으로 나뉘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은 개헌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사히신문 등 개헌 부당성 지적
‘아베의 나팔수’ NHK가 이날 밝힌 여론조사에서 개헌 반대 여론은 다른 매체들보다 20% 포인트가 낮은 31%로 나왔다.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은 27%였다. 또 교전권을 부인한 “헌법 9조를 바꿀 필요 없다”는 의견은 40%로, 개정 찬성(22%)보다 2배가량 더 높았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헌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답변이 55%였다. 전년도 48%에 비해 7% 포인트가 늘었다.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43%에서 37%로 6% 포인트나 줄었다. ‘긴급사태조항’에 대해선 반대가 52%로 찬성 33%를 크게 웃돌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지금 헌법이 좋다’는 의견이 50%대를 기록, 2004년 같은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16, 17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개헌 반대가 52%로 찬성(27%)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속에서 주요 언론들도 개헌 찬반론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역사는 퇴보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자민당 헌법 개정안 초안은 국가가 지나치게 전면에 나오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후퇴했다”며 개헌 부당성을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현행 헌법은 패전의 산물”이라면서 “국민의 사상을 단속하고 자유를 질식시켰으며 전쟁으로 많은 희생을 강요했던 그런 사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의와 희망이 헌법에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신문도 개헌의 의도와 위험성을 경계했다.
●요미우리 “헌법, 21세기 맞게 바꿔야”
반면 요미우리신문은 “그동안 여러 극적 변화 속에서도 헌법은 한 글자도 변하지 않았다”며 “21세기에 어울리도록 바꿔야 한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재해 시에 즉시 대처할 수 있는 긴급사태조항 신설 등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은 긴급사태조항 신설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개헌을 지지하는 초당파 국회의원들은 앞서 지난 2일 도쿄에서 집회를 열고 개헌 세력을 과시했다. 이 자리에서 보수의 대부 격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아베) 내각의 개헌 도전을 크게 평가하고 지지한다”고 힘을 실어 줬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6-05-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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