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아진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방법 바로 글쓰기죠”

심아진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방법 바로 글쓰기죠”

입력 2011-08-02 00:00
수정 2011-08-0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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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2년만에 첫 소설집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더 편했지만, 10년간 개인적인 일로 소설 쓰기를 중단했던 심아진(39)이 등단 12년 만에 첫 소설집 ‘숨을 쉬다’(홍영사 펴냄)를 냈다. 그가 문단에 얼굴을 알린 작품은 1999년 계간지 ‘21세기 문학’에 실린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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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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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은 외교관이 되라는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살아온 남자 준이 어머니의 부음에 갑자기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내용이다. 외무고시 2차까지 합격했지만, 면접을 앞두고 어머니가 하던 만화방 주인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남자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때로는 미워하며 때로는 사랑하면서 지켜봐 온 친구 2명이 있다. 이야기의 결말이 준이란 남자의 독백으로 완성된다는 점은 서사란 소설의 형식을 위협한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인생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가 만들어갈 인생을 준비해야 하거든.…무엇보다 아무런 의도 없이, 생을 가슴 가득 느끼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배우고 싶어.”란 준의 말은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공감할 만하다.

또 다른 단편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는 학원이란 하나의 세계 속에서 이전투구처럼 물고 뜯는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학원 강사들의 월급을 예사로 떼먹는 학원 원장은 밖에서 보기에는 어려운 학생을 돕고 강사를 자식처럼 대하는 성인군자다. 그러나 실상은 학원 1층의 주점 겸 찻집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 학생들을 부려 먹고 돈도 주지 않는 악덕 기업주다. 원장은 월급 때문에 불만이 생긴 신임 강사에게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라는 말을 써가며 자신이 결백하다고 현혹한다. 사주를 봐준다며 팔자가 ‘소처럼 부지런하고 우직한 사람’이라고 주입해 사회 초년생을 어르기도 한다.

심아진은 “항상 글을 쓰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 되어 못 썼을 뿐”이라며 “인간 심리의 뒤편에 깔린 의식이나 현상을 탐구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운명에 맞서는 한 여성의 삶을 그린 ‘당신에겐 혼자 웃을 권리가 있다’란 장편 소설도 이미 완성했다. “내 안의 것을 풀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라고 말하는 심아진은 오는 9월부터 고려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한 연유이기도 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8-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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