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해골 그림은 ‘신호’

해적의 해골 그림은 ‘신호’

입력 2014-05-17 00:00
수정 201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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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피터 T 리슨 지음

한복연 옮김 지식의 날개/300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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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언의 해적’은 영화로 유명하다. 카리브해에서 벌어지는 모험이고 판타지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영화를 봤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의문도 머릿속에 자리 잡았을 법하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살았던 그 시대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18세기 해양 세계에는 해적이 번성했다.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해적 사회 내부에서 그 시대의 정치와 경제적인 측면을 두루 들여다볼 수 있다. 민주적인 모습도 드러난다. 중요한 사안은 투표를 통해 결정되고 약탈품은 해적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한다. 당시 육지 사회에서 노예로 취급받았던 흑인도 해적선 안에서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맡았다.

신간 ‘후크 선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해적 사회와 경제학을 다룬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강력한 은유를 불러내 해적 사회의 구조를 상세히 해부한다. 해적 역사의 숨은 진실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그들을 합리적 사고를 견지한 비즈니스맨으로 해석해 더욱 흥미롭다. 알려지지 않은 ‘해적의 경제학’이 펼쳐지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해적은 폭력적이고 잔인무도하며 무질서한 범죄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책은 18세기 해적의 황금시대를 개척했던 순수한 의미의 해적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지도자를 민주적으로 선출했고 범죄적인 조직을 보다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배 위에서 자신들을 규율했던 ‘협약’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해적 깃발에 그려진 해골과 뼈다귀 그림은 그들의 생활양식 이상의 것을 상징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그것은 신호 발송의 개념으로, 해적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신호이자 원칙이라는 것이다. 또한 해적선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흑인과 백인이 동등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인종적 진보주의가 실현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4-05-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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