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에 한글 깨치고 팔순에 ‘정열 작가’로

칠순에 한글 깨치고 팔순에 ‘정열 작가’로

입력 2015-01-05 00:14
수정 2015-01-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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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할머니 글 57편 모아 책 발간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70대 할머니가 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사는 박정열(79) 할머니.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박 할머니는 늘 배움에 목말랐다. 때마침 박 할머니는 69세 되던 2005년부터 장성공공도서관이 운영한 한글교실 ‘문불여대학’(文不如大學)에 입학했다. 이 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친 박 할머니는 최근 남편과 자식,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와 일기, 기행문 등 57편의 글을 모아 ‘나는 문불여대 학생이다’를 펴냈다.

이 책에는 한 글자 한 글자 배워 가며 느꼈던 기쁨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담담하게 녹아 있다.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는 “사랑하는 여보 당신, 당신과 나와 연을 맺은 지 55년을 맞이한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서 머리에 흰 꽃이 피었군요.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살아왔지요. 그러나 당신이 부족한 나를 넓은 아량으로 채워 가며 살아 주셔서 항상 감사했지요”라고 적었다. ‘세월’이란 글에선 “세월아 가지 말고 거기서 있거라. 네가 가면 나도 따라가도 마음이 서글퍼서 내가 울잖니. 네가 가서 내 청춘도 가고 젊음도 갔으니 나는 네가 원망스럽다”며 세월의 무상함을 표현했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태어난 박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교를 졸업하지도 못했다.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가서 장성읍에서만 50년 넘게 신발가게를 하며 4남매를 길렀다. 어느 날 경로당 친구들이 장성공공도서관에 다니는 것을 보고 따라나선 게 계기가 돼 지금은 초등학교 과정인 3~4학년 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4일 “못 배운 게 늘 한이었는데, 배우는 게 늘 즐겁고 재미있다”며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 과정까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5-01-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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