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리 수주까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중국에서 7개 철도 사업을 진행하는 등 감리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한국철도의 첫 해외 진출이 200 5년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일궈낸 괄목할 만한 성과다. 철도공단은 중국에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미국·브라질 등 전 세계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 철도의 해외 진출이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정은주 철도시설공단 해외사업처 중국과장은 “중국 진출은 눈물의 역사”라고 소개했다. 2004년 12월15~16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철도여객전용선 엔지니어링 자문 국제교류회’가 열렸다. 중국 철도부는 철도시설공단을 초청하면서 별다른 언급 없이 홍보물(300부) 준비를 요청했다.
중국 진출의 야심을 갖고 중국지사를 설립한 지 한 달 후의 일이다. 경부고속철도 1단계를 개통한 자신감에, 중국의 경호선(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2004년 첫 진출때 무명 설움
철도공단에서는 해외사업을 총괄했던 당시 조현용(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8명이 참석했다. 교류회로 가볍게 생각한 자리는 첫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시험선(8㎞) 사업 설명 및 외국 감리업체의 중국 철도사업 참여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중국 철도부는 20여개국의 참가업체와 300여개 중국 업체 간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담행사를 마련했다.
일·독·프랑스·캐나다 등 외국 업체에는 중국 기업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지만 철도공단을 찾는 중국 업체는 없었다. 고속철도를 건설한 자부심이 컸지만 해외사업 실적이 없다 보니 무명의 한국 기업에 불과했다.
●中 간부 면담후 상담쇄도
상담 결과가 발표되고 참석자들이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기느라 텅빈 회의장을 조 이사장은 떠나지 못했다. 처량하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안면이 있는 철도부 고위 간부가 나타나자 눈물을 쏟아냈다. 출국 준비를 하던 17일 아침부터 중국업체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상담을 하자.”는 제안에 방문단은 비상이 걸렸다. 출국은 늦춰졌고 마침내 공단은 중국 측 사업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었다.
2005년 6월17일 수투선 시험선(12.63㎞) 감리용역 수주를 통한 첫 해외 진출의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기대에 부풀어 방문한 수투선 현장에서 철근만 앙상하게 남아 있던 건물에 사무실을 만들어 업무를 시작한, 초라했던 기억도 회자되고 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발전의 속도는 세계 최고다.
베이징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2010-07-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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