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네덜란드 출신 첫 귀화인 박연, 마치 조선시대 사이보그 같아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네덜란드 출신 첫 귀화인 박연, 마치 조선시대 사이보그 같아

입력 2017-08-09 17:42
수정 2017-08-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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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백미’ 박연 동상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동상과 기념비의 천국이다. 그중 동상 10기는 나름의 존재 이유와 조형미를 뽐내며 서 있다. 서울에 동상을 세우려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동상을 건립하려는 쪽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은 광화문광장이나 남산이다. 그다음 순서쯤이 어린이대공원이다. 광화문과 남산의 입지와 교통, 접근성이 좋다곤 하지만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게 노출도가 높다는 점이 어린이대공원의 장점으로 꼽힌다. 방정환, 이승훈, 송진우, 유관순, 을지문덕, 조만식, 존 B 콜터, 박연, 백마고지 3용사의 동상과 김동인, 이원수의 문학비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박연 동상. 오른발은 한국산 자동차, 왼발은 동인도회사의 상선을 신고 있는 모습으로 박연의 고향인 네덜란드에도 설치돼 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내 박연 동상. 오른발은 한국산 자동차, 왼발은 동인도회사의 상선을 신고 있는 모습으로 박연의 고향인 네덜란드에도 설치돼 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볼 때 가장 특이한 동상에 ‘박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조선에 귀화한 첫 서양인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다. 이 동상은 조선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이색적이고 미스터리한 인물을 표현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오른발은 한국산 자동차, 왼발은 동인도회사의 상선을 신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의 사이보그 같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한국과 네덜란드 양국의 우호를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동상은 엘리 발튀스의 작품으로 박연의 고향인 네덜란드 더레이프시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각각 설치되었다. 기운 배의 형상을 한 얼굴에 조선시대의 갓을 쓰고, 총기 제조술을 가르친 이력에 걸맞게 두 자루의 총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삼성 로고가 들어간 카메라는 앞가슴에, 등 뒤에는 구식 카세트 플레이어와 현대자동차의 부품 및 타이어를 메고 있다.

얼떨결에 이국에 도착한 혈기왕성한 청년이 카메라와 녹음기를 사용해 조선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으려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동상의 높이는 1.38m로 어린이대공원 내 동상 가운데 가장 작다. 더레이프시에 있는 박연박물관 앞에도 똑같은 모습의 쌍둥이 동상이 서 있다. 박연은 조선인 여성과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네덜란드인이었던 하멜 일행이 효종 4년(1653년) 표류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우리나라 풍속을 가르치기도 했다. 푸른 눈의 박연을 우리나라 3대 악성 난계 박연이나 송도의 박연폭포와 헷갈리면 안 된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래유산팀

2017-08-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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