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블로그] 과메기와 템플스테이

[여의도 블로그] 과메기와 템플스테이

입력 2010-12-11 00:00
수정 2010-12-11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8일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새해 예산안을 놓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안상수 대표가 ‘불심잡기’의 하나로 약속했던 템플스테이 예산이 불충분하게 반영되면서 진상조사에서부터 책임자 문책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정부안에는 없던 ‘과메기 산업화 가공단지’ 예산 10억이 새로 추가되는 등 ‘실세예산’의 위력은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7~8일 이틀동안 예결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면 안 대표의 ‘문책’ 지시를 받을 대상이 모호해진다. 배은희 대변인은 “실무선의 실수”라고 했지만, 정작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은 소통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계수조정소위가 국회 본청 638호에서 감액 심사를 하는 동안 235-1호에서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컴퓨터가 분주하게 돌아갔다. 헌법 57조의 규정에 따라, 최종 증액결정은 모두 재정부 공무원들이 담당했다.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을 통해 ‘민원’을 넣으면, 소위 의원들이 증액 리스트를 만들어 재정부에 전달하는 식으로 확보됐다.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정부의 실무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게다가 소위가 감액심사를 다 마치지 못한채 갑자기 7일 밤으로 예산안 심사기일이 지정되면서 ‘투 트랙’ 심사의 완성본은 예결위 전체회의가 열린 8일 오전까지 베일에 싸였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서 109억 5000만원으로 편성됐다가 여당의 요구로 상임위 예비심사과정에서 75억 5000만원이 더 증액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예산안에서는 결국 13억원만 증액된 125억 5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 사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예산이 필요없다는 정부의 판단이 담긴 것이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정부의 논리가 맞지만 당에서 불교계와 약속했던 것이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의 ‘형님예산’으로 꼽히는 과메기 산업화단지 예산은 얘기가 달라진다. 템플스테이 예산을 빗대서 본다면 여기에는 공무원들의 놀라운 정무적 감각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예결위 소속 재선 의원은 “이상득 의원은 뒤에서 증액을 독촉하는 등 예결위에 방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공무원들이 보기에 똑같은 사업이거나 비슷한 지역일 경우 기왕이면 힘있는 사람들쪽에 눈이 더 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0-12-11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