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재판장 “고소취소로 집유 선고”

영화 ‘도가니’ 재판장 “고소취소로 집유 선고”

입력 2011-09-28 00:00
수정 2011-09-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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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성폭행 친고죄, 개정 필요 있어”

영화 ‘도가니’의 모델이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의 항소심 재판장은 27일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해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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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포스터
영화 ‘도가니’ 포스터


현재 서울고법에 근무하는 이한주 부장판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성폭행도 쉽게 용서할 수 없는데, 더구나 장애인을 성폭행한 범인을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는 판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그럼에도 판결은 다른 사건과의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도가니’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당시 사건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 셈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시 인화학교 교장이 받은 혐의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인데, 이 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한다고 이 부장은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 중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했기에 고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고소가 취소됐다면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했기에 설사 2심에서 취소됐더라도 양형에서는 고려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피해자가 장애인이기에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고소 취소인지 재판부가 검토했지만 적법한 합의와 고소 취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었다”며 “2심 재판 중 고소 취소된 다른 성폭행 사건들을 검토했지만 실형이 선고된 경우가 없어 다른 사건과의 형평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는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겠다고 입법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농아자 등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 경찰, 법원, 변호사가 협잡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거나 전관예우가 있었다고 법원을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판을 잘못했다면 판사를 그만두겠지만, 사건을 처리하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마쳤다.

광주고법에 재직하고 있던 이 부장은 2008년 7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화학교 교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 부장은 서울중앙지법 재직 때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하고, 광주고법 재직 때 오송회 사건 재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하며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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