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연설 ‘외교실패’ 보기 어려워…현실적 접근 필요”

“아베연설 ‘외교실패’ 보기 어려워…현실적 접근 필요”

입력 2015-04-30 17:42
수정 2015-04-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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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전문가 “대일외교 미세조정·미중 조정자 역할해야”

식민지배·침략에 대한 사죄를 회피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연설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외교 실패론’에 29일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와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성급한 평가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베 총리의 방미에서 드러난 미일관계의 질적 격상 양상은 양국의 국익에 따라 이뤄진 만큼 우리도 더욱 현실적 관점에서 대일외교에 접근하고, 나름의 역할을 모색하며 활로를 찾아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으로서 이제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현실적 접근을 할 필요가 좀 더 강해졌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대하는 것을 우리가 비판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국익에 필요하고 서로의 국익이 맞기 때문인데 (우리의) 실패라고 하기는 어렵다. 미일관계와 한미관계를 제로섬으로 볼 수는 없다. 사실 과거사 문제는 미국도 일본에 불만이 많지만 그런 것을 넘어 미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고 이번 반둥 회의에서도 웃는 얼굴로 회담을 했다. 모든 주변국이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외교를 하는 것이다.

우리도 좀 더 현실적인 눈으로 일본을 봐야 하겠다. 우리의 외교 공간이 좁아진 것은 결국 한일관계가 이렇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묵묵히 조금씩 우리의 입장을 전하고 현실적인 ‘미세조정’을 해나가야 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긍정적인 메시지도 보내고, 양자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이 당장 어렵다면 제3국에서 만나는 등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

단기적으로 일본의 성공, 우리의 실패로 볼 것은 아니다. 지금 일본이 아시아 외교를 등한시하며 미국 편중 외교를 하는데 이것이 일본에 유리한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나올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이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하는 게 일본이다. 가장 중요한 미·중관계가 안정적 관리로 들어간다면, 미국은 일본이 원하는 만큼 강력하게 중국 견제만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 간 갈등이 파국적인 정도로 가지 않도록 중개자·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데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미중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어디가 유리한가가 판단 날 것이다. 기회와 동시에 위기라는 데 함의가 있다.

한일관계는 (경제·안보와 과거사의) 분리대응 방침이 있지만, 실행에 있어 과거사가 풀리지 않는 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선에서 과거사 문제를 정리할지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으로 양국 정치권과 최고지도자의 판단이 있어야 하는 문제다.

◇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

일본이 근린 외교를 무시하고 중국과 관계개선을 경시하며 미국에만 달려가는데 균형을 결여하고 있다.

우리 외교도 마찬가지다.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이슈가 있는데 역사 부분에서 (긴장이) 너무 팽팽하고 다른 부분의 비중이 떨어진 상태다. 대일 외교에서의 ‘균형 잡기’가 필요하다. 동북아 지형에서 보면 미국, 중국과의 관계가 비교적 관리되고 있는데 비해 대일외교가 경색돼 있다.

과거사에 대한 전제조건을 너무 강하게 걸어서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은 측면이 있다. 위안부 문제를 풀어감과 동시에 협력의 영역을 추구해야 한다. 역사를 전제조건으로 바라보면 외교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보와 경제로 돌파구를 여는 게 맞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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