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분산·공천개입 차단 통해 계파 갈등 근절 취지2004년 열린우리당때 폐지했다 1년만에 부활…실패 경험
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사무총장제 폐지를 최종 확정할 경우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정치혁신 실험이 11년 만에 재추진되게 된다.사무총장제가 폐지에 이를 정도로 논란이 된 것은 당직중에서 권한과 역할이 막강한 ‘노른자위’ 보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사무총장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대 민주공화당과 신민당이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정책위의장이라는 당 3역 제도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사무총장제는 이전의 조직부장, 재정부장, 총무부장의 기능을 합친 것으로, 당의 공천과 자금, 인사 등 권한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여야 정당 모두 총재가 당을 이끌고, 임명직 원내총무 시절에는 사무총장이 당 총재에 이은 ‘넘버 2’ 자리였고, 당의 실세가 맡는게 관례였다.
최근에는 선출직으로 바뀐 원내대표(옛 원내총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한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하지만 여전히 선거 때마다 공천심사위원회 당연직 간사로서 여론조사 룰이나 기관 선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에서 논란이 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이후 비노계에서는 최 사무총장이 친노계를 등에 업고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당내 갈등이 촉발됐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사무총장제 폐지라는 ‘칼’을 뽑아든 것도 비대한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계파 갈등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김상곤 위원장도 이 같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사무총장에 권한이 비대하게 집중돼 있다보니 계파정치의 핵심으로 부각,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안은 현행 사무총장제를 총무·조직·전략홍보·디지털·민생생활본부장 등 실무형 5본부장 체제로 개편하고, 이들 본부장을 공천기구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들 본부장은 당 대표가 임명한다.
하지만 사무총장제 폐지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11년 전 혁신방안으로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제를 폐지하고 총무·조직 양대 본부장제를 도입했으나 업무 효율성 문제로 2개월 만에 사무처장제로 되돌아갔고, 결국 1년 만에 사무총장제를 부활시킨 바 있다.
이번 혁신안에 대해서도 직책 이름만 바뀌고 당직자들이 그대로 자리를 옮길 경우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본부장 자리를 두고 계파간 다툼이 재연될 수도 있고, 본부장을 총괄할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당 대표의 권한만 더욱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내 한 비노계 인사는 “사무총장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대표나 본부장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자신들이 임명한 당직자를 통해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권한을 휘두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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