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 70주년 행사 중국 최고위층 방북 희망 시그널”
북한의 핵 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중국을 향해 유화 메시지를 던져 북중관계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북한 전문가들은 2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와는 달리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것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중국 최고위층 인사의 방북을 원한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그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번 제스처가 중국의 화해 손짓에 대한 호응의 성격이 짙은 만큼 북중관계가 전면적인 회복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일(전승절)을 하루 앞둔 26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두 차례나 경의를 나타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먼저 “조국의 자유독립과 평화를 위한 성전에 고귀한 생명을 바친 인민군 열사들과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 인민의 자유독립과 동방에서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 인민군대와 한 전호에서 어깨 겯고(어깨동무하고) 피 흘려 싸우며 우리의 정의의 혁명전쟁을 도와준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물론 전승절 61주년 중앙보고대회 보고자로 나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중국’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던 점을 상기해보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이는 또 지난해 12월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의 주중 북한대사관 내 김정일 위원장 추도식 참석, 지난 3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등 중국의 잇따른 구애에 북한이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북중 접경지대인 지린(吉林)성을 방문, 북중 경협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북중관계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과 중국 사이의 ‘핑퐁식’ 외교 제스처가 실제 양국관계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신종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서 수 차례 중국이 보인 화해 손짓에 북한이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긍정적 시그널임은 틀림없지만 북중관계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오는 9월3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북중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연관지어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중관계 전문가는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9월 미국 방문에 앞서 외교적 수사를 선보인 것”이라면서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쌍십절) 중국 고위인사의 북한 방문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대북제재가 나오지 않고 쌍십절에 중국 고위층이 방북한다면 북한이 당분간 중국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도발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니면 언제라도 도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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