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사망 근로자 유족들 ‘슬픔’과 ‘분노’

현대제철 사망 근로자 유족들 ‘슬픔’과 ‘분노’

입력 2013-05-10 00:00
수정 2013-05-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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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충남 당진 현대제철소에서 가스에 질식돼 숨진 5명의 근로자가 안치된 당진종합병원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슬픔으로 가득했다.

고인들의 집이 포항 등 외지라서 부모, 형제·자매, 직장동료만이 아직 영정도 없는 빈소를 지켰다.

고 홍석원(35)씨의 네살 된 딸과 일곱살 된 아들은 아빠의 사고 사실을 모른 채 빈소에서 해맑게 웃고 있어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홍씨의 형 석훈(39)씨는 “어린 조카들이 지금 상황을 모른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조카들이 아빠를 찾을 텐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그는 또 “동생은 3남매 중 막내로 정말 착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지만 할만하다고 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할지 몰랐다”며 “원청업체가 가스잔류량 측정도 안 하는 등 안전절차를 무시한 채 작업에 투입한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쌍둥이 가운데 작은 아들인 채승훈(30)씨를 잃은 부친 채상옥(59)씨도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채씨는 “경찰 채용 시험공부를 한다던 승훈이가 지난해 부모에게 더는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취직을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진짜 착하고 성실했는데…”라고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임시대책위원회를 만든 유족끼리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사고 현장인 현대제철 사람들은 갑이라서 그런지 코빼기도 안 비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채씨는 “가스연결 작업은 승훈이가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에 예정됐지만 어제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연결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작업에 투입하기 전에 산소농도만이라도 측정했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의 사고소식을 듣고 혼절한 채씨의 부인은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있다.

직장동료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전날까지도 함께 일했던 고인들을 회상하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한 동료는 “이용우씨는 월급을 떼 부모 대신 여동생의 교육비를 댈 정도로 정말 착했다”며 “결혼 안 한 젊은 친구나 어린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동료나 모두 성실하고 착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눈물을 삼켰다.

유족과 직장동료는 이번 사고가 ‘원청업체의 책임’이라며 현대제철 측을 성토했다.

한 직원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한다, 사고가 난 곳에서도 20여차례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며 “작업을 마치고 나온 뒤 작업자들이 오케이 사인을 내야 가스를 투입해야 하는데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마 현대제철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사고 현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몰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족 대책위원회는 현대제철 측의 사과나 명확한 책임규명이 없이는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홍석훈씨는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현대제철 측에 책임이 있다”며 “안전기준을 무시해 일어난 사고인 만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고, 합리적인 보상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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