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생 사건’ 아버지 6년간 술로 고통 달래다… 결국 딸 곁으로
2007년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 피해자인 이혜진(당시 11세)양의 아버지 이창근(53)씨가 딸을 그리워하며 6년여 동안 술에 의지해 지내 오다 심장마비로 지난 3일 숨졌다. 이씨의 시신은 화장돼 딸의 무덤 곁에 묻힐 예정이다. 이양을 무참히 살해한 정성현(45)은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생전 정씨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에도 “이미 하늘나라로 간 내 딸이 돌아오느냐”며 격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은 2007년 12월 25일 성탄절 예배를 마친 혜진양과 우예슬(당시 9세)양이 귀가하던 중 유괴돼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이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내고 딸을 애타게 찾아나섰지만 혜진양 등의 시신은 실종 77일 만에 근처 야산에서 훼손된 채 발견됐다.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이씨는 딸이 숨진 뒤 10년 동안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뒀고, 자신을 추스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 권유로 이씨는 상담센터 치료도 받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딸의 4주기 추모식에서 이씨는 “내가 죽으면 죽었지 새끼 먼저 보낸 부모는 없어요. 한이 맺히는 거예요”라고 자책하며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남편이 실직한 뒤 부인이 조리 일을 하며 혜진양의 언니와 오빠를 보살폈다.
범죄피해자대책지원본부 등이 보낸 조화 5개가 놓인 이씨의 빈소에는 드물게 조문객이 찾아왔지만, 이들도 말문이 막힌 듯 안타까운 얼굴로 먹먹하게 빈소를 지켰다. 이씨의 부인은 4일 “이제 아이 아빠까지 하늘로 갔으니 나랑 아이들이 더 힘들 것 같다”면서도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를 추슬렀다. 발인은 5일 오전 10시이며, 혜진양이 묻힌 안양 청계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2014-03-05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