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약 무효로 돈 돌려줄 때 과실상계 적용 안돼”

대법 “계약 무효로 돈 돌려줄 때 과실상계 적용 안돼”

입력 2014-03-24 00:00
수정 2014-03-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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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무효·취소돼 상대방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할 경우 ‘원인을 제공했으니 전액은 못 돌려준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사안에서는 ‘원인 제공’ 정도에 따라 과실상계를 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 일반적인 계약에서 무효·취소 등의 상황이 생겼다면 모든 것을 원래 상태 그대로 돌려놓으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택지분양권 매매대금을 돌려달라”며 차모(41)씨가 A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경기도 화성의 택지개발지구 내 분양권을 차씨에게 1억여원에 팔기로 했다. 그런데 분양이 진행되자 ‘차씨에게서 분양권 전매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한 B씨가 나타났고, A씨는 B씨가 소개해 준 제3자에게 분양권을 넘겼다.

나중에 이를 안 차씨는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런데 A씨는 “차씨가 분양권 확보에 필요한 서류를 잘 관리하지 않았고 B씨에게 맡기는 바람에 그 사람의 말을 믿고 분양권을 다른 데로 넘겼으니 차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2심은 “차씨도 60%의 책임이 있으니 피고는 40%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크게 달랐다.

재판부는 “계약을 해제한 사람이 그 원인이 된 채무불이행 사안에서 원인의 일부를 제공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에서의 과실상계에 준해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신의칙은 민법 제2조에 규정된 것으로, ‘법률관계를 맺는 사람은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히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의 기본 원리이다.

과실상계는 채무 불이행시 채권자도 잘못이 있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법원이 일정 부분 참작하는 것을 말한다. 그 범위는 법원이 재량껏 정한다.

재판부는 “우리 법은 계약의 무효·취소 기타 효력 불발생의 경우 원상회복과 관련해 신의칙 또는 공평 원칙을 예정하고 있지(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피고가 받은 매매대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고 계약 해제에 원고도 책임이 있다는 등의 사정들은 고려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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