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 피해 큰딸, 미술·음악으로 심리 안정

‘계모 학대’ 피해 큰딸, 미술·음악으로 심리 안정

입력 2014-04-09 00:00
수정 2014-04-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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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시설서 공차기도 즐겨…”상처받지 않도록 도와달라”

수학 학습지를 펼쳐 보니 연필로 열심히 푼 흔적과 함께 문제를 모두 맞혔는지 빨간색 동그라미들이 표시돼 있었다.

국어 공책에는 시의 구절이나 다른 문장을 빼곡하게 적었고, 또다른 공책에는 더러 따분하기라도 했던지 낱말 지우기 놀이를 한 흔적과 함께 소녀다운 그림을 그려 놓았다.

경북 칠곡 계모 아동학대사건에서 숨진 A(당시 8세·초교 2년)양의 친언니이자 이 사건의 피해자기도 한 B(12·초교 6년)양의 책가지들이다.

B양을 보호하고 있는 대구의 한 아동복지시설을, B양이 없는 틈을 이용해 찾았다.

B양은 올들어 이 아동시설에 온 뒤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잊어가는 듯했다.

아동복지시설의 한 관계자는 “B양을 처음 봤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의기소침해 보이고 다른 아이들보다 말수가 적었다”고 말했다.

이 시설에서 관리자들 외에는 B양이 계모의 아동학대로 동생을 잃고 누명을 뒤집어쓸 뻔한 끔찍한 사건의 당사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B양은 이곳에서 또래 등과 함께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공 차기와 같은 운동을 좋아하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미술이나 음악도 배우고 있으며, 한 주에 1회 정도는 심리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는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따금 감정 상태가 과잉되는 모습이 목격된다고 한다.

시설 관계자는 “친구들과 다투거나 할 때 분노 조절이 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이나 외부로 돌리는 등 피해의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속상한 일이 있으면 통곡을 하거나 죽고 싶다고도 말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지켜보면 이런 점이 심리가 정상화되어 가는 한 과정으로 보인다”며 “공부를 좋아하고 리더십도 있어 그런 부분들을 잘 살려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양 생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주 다녀가지 못했지만 고모가 한 달에 몇 차례씩 이곳을 방문해 B양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B양 고모는 “아이에게 힘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위에서 지나친 관심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B양 생모는 최근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계모가 때려 (작은딸이) 죽었는데 그 계모가 살인죄가 안됐는지 묻고 싶다”면서도 “학대 받은 큰딸이 이제 몸도 마음도 추스려 좋아지기 시작했으니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주위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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