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만 37년’ 퇴직 경찰의 집회 시위 회고

’종로에서만 37년’ 퇴직 경찰의 집회 시위 회고

입력 2014-06-30 00:00
수정 2014-06-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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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로 일하고 싶어요. 매일같이 나가던 집회·시위 현장이 정말 그리울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문희 경위(60)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38년의 경찰 생활을 마감하고 30일 정년퇴직한다.

1976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이듬해부터 37년간 줄곧 종로서에서만 일했다. 그가 지금까지 ‘모신’ 종로서장은 무려 30명이다.

종로서 첫 근무지였던 가회동 파출소를 시작으로, 경비·교통 업무를 거쳐 1990년부터 24년간 정보과에서만 근무해 온 이 경위는 ‘종로 정보통’으로 불린다.

청와대와 광화문광장이 있어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는 종로 지역의 특성상 이 분야에선 그를 따라올 경찰관이 별로 없다. “저처럼 오래 근무한 사람이 없죠. 예전에 20년 이상 근무자를 교체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근무했어요. 다 인연이죠.”

신참으로 종로서 근무를 시작할 때 관내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이 6층짜리 화신백화점이었는데, 지금은 이 일대가 고층 빌딩숲으로 변모했다. 이 경위는 “그 시절과 달라진 종로의 모습처럼 지금 집회·시위를 보면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종로와 광화문, 명동이 매일 시위로 아수라장이었다”며 “그때는 화염병과 돌, 가스탄이 난무했고 경찰이 마구잡이로 연행하던 시대였다”고 떠올렸다.

”도심 시위가 한창이던 1980년대 초 야간 통행금지 시간엔 행인도 없는데 수도경비사령부 장갑차를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 배치하고, 그 옆에서 총검술을 했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을 묻자 “그런 건 없다”며 손사래 치면서도 “1983년 야간통행금지 해제, 2002년 북파공작원 가스통 시위,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2004년 대통령 탄핵시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라고 헤아리다 이내 “하나로 꼽을 수 없고, 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정보형사’가 가졌던 세간의 곱지 않았던 시선에 대해 “정권의 충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당시엔 상부 명령에 토를 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국가 공무원으로 국가 유지를 위해 보탬이 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겐 ‘종로 경찰’이란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젊은 직원들은 톡톡 튀는 경우가 많지만 조직을 위하는 마음만은 잃지 았았으면 해요. 종로서 후배들은 다른 곳보다 집회·시위가 많아 힘들지만 ‘1번지 경찰’의 자부심을 느끼길 바랍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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