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제한 규정 속 차분히 표밭 공략
”혼자 선거운동 하려니 참으로 막막하네요. 어떻게든 빨리 얼굴을 알리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네요.”오는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26일 첫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후보자들은 엄격한 제한 규정 때문에 난감해하며 물밑에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 혼자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 방법도 선거공보·벽보·어깨띠·명함·전화·문자메시지 등으로 제한된다.
자신이 출마한 농·축협 사무소 안이나 병원, 종교시설 등 실내에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조합원 집을 방문할 수도 없다.
결국 후보자가 직접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 외에는 현실적으로 유권자가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는 이상 선거 정보를 얻을 방법은 한 차례 투표 안내문과 발송되는 선거공보가 전부다.
울산 남구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후보자는 “명함을 돌리려고 해도 공개된 장소에서 조합원만 골라 명함을 줘야 하는데, 무슨 수로 조합원을 일일이 알아보나”면서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려 해도 조합원 전화번호를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후보자는 “아침에 조합원 명부 열람부터 했는데, 이름과 주소를 알아도 찾아갈 수도 없어서 별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도 조합원에 대한 정보가 많은 현직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느 선거처럼 길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요란한 선거 구호나 율동은 찾아볼 수 없다. 아직 선거 벽보도 붙지 않아 조합원이 아니라면 일반인은 선거 분위기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강원도내에서 7대 1의 경쟁률로 가장 많은 후보자가 등록한 홍천 남면농협과 평창 봉평농협은 뜨거운 경쟁 열기와 달리 후보자 간 서로 눈치를 보는 등 소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강원지역의 한 후보자는 “선거운동의 제약이 심하다 보니 자칫 선거법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 모두 조심스러운 눈치”라며 “도전자로서는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이 쉽지 않은 선거운동이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북지역 후보들도 다소 차분한 행보를 보였다.
전북에서 7대 1의 경쟁률로 가장 많은 후보자가 나선 남원춘향골농협은 아직 후보자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았다.
익산 금마터미널 인근 익산 금마농협도 6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구호를 외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이벤트성 선거운동은 없었다.
수원지역의 한 후보자는 “현직 조합장이 후보로 나선 경우는 그나마 조합원들이 얼굴하고 이름을 잘 알고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 않은 후보자는 사실상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해 무주공산인 서귀포시 지역 농협 관계자는 “후보 세 명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게 전부”라며 차분한 선거운동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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