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패닉’ 대전 3차 감염 병원 2곳 가보니

‘메르스 패닉’ 대전 3차 감염 병원 2곳 가보니

입력 2015-06-05 15:44
수정 2015-06-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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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주차장에 의료진만 왕래…인근 식당 개점휴업

5일 오전 11시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최근 ‘이동제한조치’가 내려진 대전 서구 한 병원은 썰렁하다 못해 황량할 지경이었다.

병원 입구에는 ‘메르스 감염확산 예방을 위해 병실 출입을 통제하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이 병원 입원 환자들은 이동제한조치에 따라 오는 13일까지 퇴원은 물론 지인 면회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병원 입구 주차장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배치된 경찰관 서너 명만 눈에 띌 뿐 병원을 오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 병원은 지난달 3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이 거쳐 간 곳으로 이 남성과 같은 병실을 사용한 남성 2명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최모(51·여)씨는 “정부에서만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뿐 동네 사람들은 메르스 환자가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누가 이 병원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병원 인근에서 만난 시민 10명 중 9명은 해당 병원이 메르스 확진 환자와 역학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병원과 직선거리로 약 2.5㎞ 떨어진 한 대학병원도 삭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대학병원은 메르스 3차 감염 사망자인 80대 남성이 격리돼 있던 곳이다.

평소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이던 주차장은 한산했고, 진료를 위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도 평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은 물론 내방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삭막한 분위기를 더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이모(48)씨는 “일반 입원 환자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며칠 전부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병원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는 “30분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빈 택시로 나가야 할지 고민”이라며 답답한 듯 담배를 빼어 물었다.

외래 진료를 받고 귀가하던 한 40대 여성이 병원 입구를 나서자마자 답답했다는 듯 마스크를 벗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병원 주변 상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개점휴업’상태였다.

점심때를 맞아 북적거려야 할 한 식당에는 남성 2명만 밥을 먹고 있을 뿐 업주와 종업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TV를 보고 있었다.

식당 업주 한모(58)씨는 “손님이 평소의 10분의 1도 안된다”며 “손님 대부분이 병원을 찾는 사람인데 메르스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내원 환자의 수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밝히는 것은 곤란하지만, 외래 환자가 많이 감소한 것은 맞다”고 귀띔했다.

이 대학병원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한 초등학교는 휴교로 인해 운동장이 텅 비어 있었고, 인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주민 박모(37·여)씨는 “메르스 때문에 어린이집도 문을 닫은 상황인데, 어느 누가 자녀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겠느냐”며 “정부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줘야지,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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