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1심 뒤집고 “원고에게 30만원씩 지급하라”
해군 홈페이지에서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이유로 삭제한 조치는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해군기지 반대글을 올렸다가 삭제된 박모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 3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박씨는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을 두고 논란이 거셌던 2011년 6월 9일 해군 홈페이지에 항의글, 공사 중단 요청글을 남기자고 제안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은 수십차례 리트윗됐고, 같은날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박씨가 올린 글을 비롯한 100여건의 비슷한 글이 게시됐다.
해군은 박씨 등이 올린 글이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을 담고 있어 국가적으로나 해당 지역인 제주 강정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글을 올리고 관련 게시물 100여건을 일괄 삭제했다.
해군의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에는 게시물이 정치적 성향을 보이거나 특정기관이나 단체를 근거 없이 비난할 때 삭제할 수 있게 돼 있다.
박씨 등 글 게시자 3명이 반발해 낸 소송에서 1심은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정부와 야당의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었고 원고 박씨가 해군기지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음날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점 등을 고려하면 해군 담당자가 관련 게시물을 정치적 성향의 글로 판단할 여지가 있으므로 국가배상 책임이 있는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게시글은 당시 공적 관심사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에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표현을 유지하고 존속할 자유까지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적 관심사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돼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게시글이 삭제당해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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