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이 필요합니다” 성매매 강요당한 지적장애 여성

“안전한 곳이 필요합니다” 성매매 강요당한 지적장애 여성

입력 2017-03-07 10:48
수정 2017-03-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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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돈 뺏고 1년 넘게 무임금 노동…불임시술에 개명까지 시켜

“업주에게 빼앗긴 통장과 신분증을 찾아야 합니다. 몸을 숨길 안전한 곳도 필요합니다…”

지난 1월 23일 오전 강원도 내 한 성매매 피해자상담소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내용이다.

1년 넘게 지적장애 여성을 유흥업소에 감금하고 임금을 단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일을 시키며 폭행은 물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요한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7일 춘천경찰서와 성매매 피해자상담소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 2급인 30대 여성 A 씨는 지난 2015년 11월 춘천의 한 분식집에서 일하던 중 한 지인이 ‘돈을 많이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춘천의 한 유흥업소로 넘겨졌다.

이후 A 씨는 유흥업소가 있는 건물 3층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유흥업소 업주 등 가해자들은 A 씨의 돈으로 구한 유일한 생활공간인 이 원룸마저 빼앗았다.

A 씨는 유흥업소의 차가운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고 1년 넘게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일했다.

유흥업소 업주 등 가해자들은 A 씨를 때리고,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업주의 동거남은 A 씨를 성폭행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A 씨의 신분증과 매달 생계비 지원금·장애연금 등 90만원 남짓한 돈이 들어오는 통장까지 빼앗아 1천500여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업소에 감금했다. A 씨는 수차례 업소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붙잡혔고, 업주와 동거남, 여종업원은 A 씨를 심하게 폭행했다.

가해자들은 성매매로 인한 임신을 막고자 A 씨에게 불임시술까지 시켰다. 결혼했으나 남편을 일찍 잃고 자식도 없던 A 씨지만, 가해자들은 지인 또는 행정기관이 A 씨를 찾지 못하도록 이름까지 개명시켰다.

A 씨가 유흥업소에서 학대를 당하는 사이 시부모가 A 씨를 찾아 나섰으나 이름이 바뀐 탓에 A 씨를 찾지 못했다.

A 씨는 지난 1월 22일 유흥업소에서 2차를 나왔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 지적장애로 스스로 신고할 능력이 부족했던 A 씨는 지인을 찾았고, 이튿날 지인의 도움으로 도내 한 성매매 피해자상담소에 신고했다.

A 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상담소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접한 경찰은 A 씨를 유흥업소에 소개한 지인과 유흥업소 업주, 업주의 동거남, 여종업원 등 4명에 대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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