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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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오후 존 리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존 리 전 대표는 취재진들로부터 “부작용 민원을 받았느냐”,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등의 질문을 받자 한국어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어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제가 아는 것을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다”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애도한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존 리 전 대표의 출석 현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명이 나와 강하게 항의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는 옥시 최고경영자 출신 외국인이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계인 그는 현재 구글코리아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존 리 전 대표와 함께 옥시 미디어고객팀 부장 김모씨도 검찰에 출석했다.
존 리 전 대표는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살균제 판매고가 가장 높았던 때다. 그만큼 피해자 수가 많은 시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가슴통증·호흡곤란 등 제품 부작용을 호소하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전’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상대로 제품 판매 당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부작용 민원을 보고받았다면 왜 적절한 조치를 안 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 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영국 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법인의 성격과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국내법인의 중대한 경영상 판단에 일정 부분 개입한 게 아닌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존 리 전 대표가 옥시 인수 후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인 데다 컴퓨터·경영 등을 전공해 화학물질 취급 분야에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 등도 ‘영국 본사 개입론’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존 리 전 대표의 처벌 수위와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또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관계자도 동시에 소환해 조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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