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g 더 무거운 방망이·빠른 스윙 ‘불멸의 기록’

20g 더 무거운 방망이·빠른 스윙 ‘불멸의 기록’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5-09-21 23:36
수정 2015-09-2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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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합쳐 2년 연속 50홈런 6명뿐… MLB 성공은 빠른 공 적응력에 달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1군에 1타수 이상 들어선 선수는 모두 1506명. 이 중 835명(55.4%)이 최소 한 차례 이상 타구를 담장 뒤로 넘겨 경기를 잠시 멈추는 짜릿함을 맛봤다. 한 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는 256명(17%)뿐이며, 20홈런을 넘긴 적이 있는 타자는 104명(6.9%)에 불과하다.

강타자의 기준인 한 시즌 30홈런은 39명(2.6%)만이 달성했고, 한때 꿈의 영역이었던 40홈런 고지는 14명(9.3%)만이 밟았다. 50홈런이라는 미지의 영역은 1999년 이승엽(삼성)이 처음 개척한 이후 심정수(현대)와 박병호(넥센) 등 단 3명이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박병호가 전인미답의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했다.

박병호의 기록은 KBO리그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2년 연속 50홈런은 14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베이브 루스(1920~21년, 1927~28년)와 마크 맥과이어(1996~99년) 등 5명만이 도달했고, 81주년을 맞은 일본프로야구에선 오치아이 히로미쓰(1985~86년)가 한 차례 달성했다. 박병호는 또 전무후무한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 등극도 유력하다.

박병호의 괴력은 홈런 비거리와 방향으로 알 수 있다. 비거리 120m 이상만 40개(80%)에 달하며, 130m와 135m짜리도 각각 12개(24%)와 5개(10%)를 쏘아 올렸다. 좌측(좌중간 포함) 홈런 25개(50%), 중월은 16개(32%)인 반면 우측(우중간)은 9개(18%)에 불과하다. 워낙 힘이 좋아 투수들의 스피드에 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공을 잡아당긴 것이다.

시즌 초반 박병호는 방망이의 무게를 높여 파괴력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까지 880g짜리 방망이를 주로 사용했으나 올해는 900g짜리를 휘둘렀다. 방망이가 20g 무거워지면 타구에 가해지는 힘은 2.28% 증가하고, 비거리는 2m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80g 방망이로 펜스를 맞혔다면, 900g 방망이로는 홈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망이 무게를 늘린다고 무조건 재미를 보는 것은 아니다. 스윙 속도가 떨어지면 ‘독’이 된다. 타자가 방망이 무게 1g을 증량하기 위해서는 1㎏의 힘을 더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박병호처럼 방망이 무게 20g을 증량한 경우에는 벤치프레스 무게를 20㎏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900g짜리 방망이를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 박병호는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여기에 박병호는 올 시즌 강한 허리 회전을 이용해 타구에 한층 힘을 실었다. 몸쪽으로 바짝 붙는 공은 두 팔을 펴지 않고 몸통에 붙여서 하는 스윙으로 걷어올렸다. 보통 타자들이 이런 스윙을 하면 파워를 제대로 내지 못하지만 박병호는 타고난 힘과 훈련으로 담장 밖까지 공을 보냈다.

박병호가 무조건 무거운 방망이를 쓰는 것은 아니다. 넥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방망이 무게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일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벼운 방망이를 쓰는 날도 있고, 무거운 것을 고를 때도 있다”면서 “공을 잘 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방망이의 브랜드까지 바꾼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종료 뒤 미국 무대 진출이 유력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가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파워”라면서 “엄격하게 검증하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2년 연속 50홈런 대기록을 작성한 박병호가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박병호는 주루플레이와 수비도 뛰어난 선수다. 언어나 달라진 야구 스타일 등 현지 적응력이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구를 좋아하는 박병호가 빠른 공 승부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잘 통할지도 관심이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강정호(피츠버그)도 메이저리그 진출 전 똑같은 우려가 있었지만 리그에서 95마일(153㎞) 이상의 강속구를 잘 치는 타자 톱10에 오를 정도로 완벽히 적응했다”면서 “KBO리그에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변화구 승부를 많이 하고, 그만큼 변화구를 때려내는 비율이 높은 것일 뿐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은 경험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5-09-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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