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ESPN 배려로 마이크 잡아···세이거 “소속사와 ESPN에 감사”

미국프로농구(NBA) 전문 리포터로 34년째 활동 중인 크레이그 세이거가 생애 첫 NBA 파이널(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리포팅을 맡았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전문 리포터로 30년 넘게 활동해온 크레이그 세이거(65)가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리포팅 기회를 갖게 됐다. 경쟁사가 이례적으로 세이거에게 마이크를 잡도록 해 농구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일(한국시간) 뉴욕타임스,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세이거는 이날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2016 NBA 챔피언결정전(파이널) 6차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크 워리어스 경기에서 리포터를 맡게 됐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세이거는 현재 ‘터너 스포츠’에 속해있다. 터너 스포츠는 TNT 방송국를 운영하는 회사다. 터너 스포츠는 이미 올 시즌 서부컨퍼런스 결승전 독점 중계를 끝으로 NBA 중계를 모두 마친 상황이다. 파이널 경기는 현재 미 ABC 방송국에서 독점 중계하고 있는데, ESPN 중계권을 구입해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파이널 경기 중계진은 모두 ESPN 소속이다.
하지만 ESPN은 이례적으로 세이거에게 마이크를 잡도록 배려했다. ESPN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이거는 NBA에서 아이콘이다. 우리 모두 세이거가 파이널 6차전에서 리포팅을 한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세이거와 NBA 팬들에게도 특별한 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이거는 “터너 스포츠와 ESPN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매우 흥미진진한 6차전의 일부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3대2로 상대 전적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앞서고 있다. 워리어스가 1승만 챙기면 2시즌 연속 챔피언이 된다.
올해로 34년째 NBA 전문 리포터로 활동 중인 세이거는 1972년 미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한 지역방송에서 일을 시작했고, 1981년부터는 터너 네트워크로 옮겨 TNT 방송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톡톡 튀는 의상,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인터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그해 플레이오프 때부터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세이거는 잠정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백혈병도 그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11개월 동안 코트를 떠나 있던 세이거는 지난해 3월 시카고 불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경기에 복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검진에서 종양이 다시 발견돼 현재도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중계 방송사인 NBC의 리포터로 활약할 예정인 세이거는 파이널이 7차전까지 이어지더라도 그 경기에는 나오지 않기로 했다. 필요 시 7차전 경기가 예정된 현지 날짜 19일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날’이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20일에는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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